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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카자흐스탄 미술 속살을 엿보다

입력 : 2018-12-05 03:00:00 수정 : 2018-12-04 21: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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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아이파크 미술관 특별전/동서양 역사·문화가 만나는 지역/미술 작품에도 고스란히 드러나/옛소련 치하서 독립한 이후까지/회화 변화 양상 한눈에 알 수 있어/
근현대 대표화가 57명 작품 전시/고려인 작가 3인 그림도 눈길 끌어
카자흐스탄 지역은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소비에트 정권이 수립된 뒤, 자치공화국을 거쳐 1991년 독립할 때까지 대격변의 시기를 거쳤다. 동서양의 역사와 문화가 뒤섞였고, 자유분방한 유목민의 정신과 결합해 다시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이런 배경은 카자흐스탄 미술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구소련 시절 장식적이고 응용적인 민속예술에 치중됐던 카자흐스탄 미술은 이후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자극을 받아 더 다채로운 모습으로 전개됐다.

경기도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카자흐스탄 근현대미술을 소개하는 ‘포커스 카자흐스탄-유라시안 유토피아’전을 지난달 27일 개막했다. 카자흐스탄 미술이 국내에 본격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카자흐스탄 근현대미술 대표작가 57명(팀)의 회화, 설치, 미디어 등 총 110여 점의 작품이 1부 ‘20세기 미술’과 2부 ‘동시대 미술’로 나뉘어 소개된다.

20세기 초중반, 예술 분야에 대한 엄격한 통제가 이뤄지던 소련에서 지식인 일부가 카자흐스탄으로 망명했다. 이 집단과 레닌그라드 및 모스크바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카자흐스탄 미술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파벨 잘츠만 ‘아망겔디의 전사들’(1956)
이 시기에는 광활한 자연과 사람들의 일상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웅장한 산맥을 배경으로 카자흐스탄 전통 의상을 입은 건장한 남성들이 총을 들고 있는 ‘아망겔디의 전사들’(1956)은 20세기 카자흐스탄 최고의 화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파벨 잘츠만의 작품이다. 아시아인과 비슷한 듯 다른 분위기의 인물들이 친숙하면서도 낯설다. 카자흐스탄 전통 스포츠를 표현한 카나피아 텔자노트의 ‘콕파르’를 통해서도 전통과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스탈린 사망 후 도래한 1960년대 이후 해빙의 시기부터는 자유로운 예술적 실험과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어 1991년 소련 연방에서 독립한 후에는 경제성장, 신자유주의 등 글로벌리즘 이슈로 주제가 확장된다. 현대미술의 복합적 양상 속에서 지역성과 세계성이라는 두 가지 특징을 축으로 발전 중인 카자흐스탄만의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전시장에서는 알렉산더 우가이, 미하일 김, 보리스 박 등 반가운 고려인 작가 3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추는 여인을 그린 미하일 김의 ‘부채’(1980)에서는 뿌리에 대한 향수가 느껴진다. 2004년 부산 비엔날레 등에도 참여한 고려인 3세대 작가 알렉산더 우가이는 현실과 미래 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해 기억과 향수의 문제를 드러내는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카나피아 텔자노프 ‘콕파르’(1970년대)
이번 전시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문화·예술 알리기’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되는 국책사업이다.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미국 뉴저지를 거쳐 수원까지 왔다.

개막날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을 찾은 아바이 사투발딘 카자흐스탄 국립박물관 부관장은 “한국은 카자흐스탄과 많은 교류를 하고 있고 아시아의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한국 전시를 추진하게 됐다”며 “카자흐스탄은 137개의 다민족국가로 이 가운데 고려인이 10만명이다. 이번 전시가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문화적 유대관계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열린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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