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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자 자녀들 인권 사각… 당당하게 사는 세상 오길"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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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30 20:19:43 수정 : 2018-11-30 21: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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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복지실천회 ‘세움’ 이경림 대표 “부모가 교정시설에 수감되면 아이들은 2·3차 피해를 보게 됩니다. 한부모가정이면 조부모나 친척의 손에 맡겨져 이사와 전학을 가게 되죠. 아이들에겐 커다란 충격입니다. 돌봐줄 사람이 없어 쉼터에 가거나, 아니면 혼자 남겨져 학교에 다니지 않거나 학대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이경림(54·여) 대표가 본 수감자 자녀들의 인권 실태는 심각했다. 부모와 자녀를 동일시하는 사회의 시선이 문제였다. 빈곤 아동을 지원하는 부스러기사랑나눔회에서 20년 넘게 활동해 아동복지 분야에 잔뼈가 굵은 그가 수감자 자녀들 인권에 눈을 돌린 이유다.
수감자 자녀들의 인권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이경림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의 사무실에서 안타까운 실태와 개선방향 등을 얘기하고 있다. 뒤에 놓은 인형은 세움이 돕는 수감자 자녀들을 상징한다.
허정호 선임기자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의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한국 사회의 수감자 자녀들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세움은 그를 비롯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 사람들이 2015년 만든 아동복지 전문기관이다. ‘수감자 자녀가 당당하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다.

“부모의 수감 사실을 아는 아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부모 대부분이 수감생활을 하는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죠. 대개 외국이나 다른 지역에 간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나를 버렸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통화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죠.”

세움은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용역을 통해 수감자 자녀들의 인권 실태를 국내 최초로 사실상 전수조사했다.

전국 53개 교정시설의 수감자 80%에 해당하는 4만936명의 설문지를 분석한 결과 전체 25.4%는 미성년 자녀를 두고 있었다. 4명 중 1명꼴이다. 이 중 자녀가 부모의 수감 사실을 아는 사례는 30.1%에 그쳤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자녀를 접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 대표는 “수감자들에게 가급적 자녀에게 사실대로 알리고 면회도 많이 오게 하고, 적어도 언제 돌아간다는 얘기를 해주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세움이 아동 친화적인 환경의 가족 접견실을 구축하는 데 발 벗고 나선 건 이런 맥락에서다. 세움은 지난해 5월 법무부와 경기 여주시의 여주교도소와 손잡고 여주교도소의 가족 접견실을 리모델링했다. 오는 7일에는 청주여자교도소에 세움의 2호 가족 접견실이 문을 연다.

“집처럼 따뜻하고 편안하게 만들려 했습니다. 교정시설이란 점을 아이들이 느끼지 않게 말이죠. 부모와 같이 밥을 먹고 책도 읽을 수 있게 식탁과 소파를 비치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매뉴얼로 제작했는데, 이를 토대로 법무부는 지난 한 해 7곳, 올해도 7곳의 교정시설에 가족 접견실을 만들었습니다.”

세움이 일궈 낸 변화는 또 있다. 올해부터 수감자들이 가족 접견실에서 미성년 자녀를 만날 때 사복을 입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 국회 정책 토론회를 계기로 법무부가 전국 교정시설에 관련 지침을 배포했다. 세움은 이 외에도 수감자 자녀와 가족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대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도 벌인다. 세움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9월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제24회 시민인권상을 받았다.

최근 세움이 펴낸 ‘내일을 위한 용기’란 수감자 자녀 양육 지침서에는 양육자가 기억해야 할 8대 권리가 명시돼 있다. 아이들이 ‘부모의 수감으로 인해 사회적 비난이나 차별을 받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첫손에 꼽혔다. 이 대표는 “수감자 자녀들을 여느 아동들과 똑같이 봐 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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