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닥 주목을 받지 못했던 영추문이 주목을 받게 되었으니 차제에 두 가지 정도를 떠올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영추문이 전통건축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콘크리트 건물이라는 점, 영추문의 현판 문제다.
◆지금의 영추문은 경복궁과 어울리는 건물인가
일제강점기의 영추문 사진 |
목조 건물을 콘크리트로 복원했으니 그것을 온전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유홍준은 콘크리트 광화문의 사례를 들어 미감과 관련된 문제를 지적했다.
“예술적 특징은 재료의 속성과 질감을 처리하는 디테일에서 그 성패가 좌우되는 법이다.…특히 목조건축이나 목가구는 재료의 성질과 연륜이 그 미감에 크게 작용한다.…콘크리트로 복원된 광화문의 지붕선을 보면 마치 구김살없이 반듯하게 다리미질한 빳빳한 군복 주름 같았을 뿐 야나기가 예찬했던 그런 조선미의 아름다운 선이 아니었다. 콘크리트 광화문은 절대로 근정전을 비롯한 경복궁 건물과 어울릴 수 없는 것이었다.”(‘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6권)
◆철거 공사 당시 모습을 드러낸 ‘콘크리트 광화문’의 속살
◆영추문 현판 바꿔달아야 할까
현재 영추문 현판은 서예가 김충현이 쓴 것으로 1975년 복원 당시 내건 것이다. 그 이전에는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자였으나, 지금은 검은색 바탕에 흰색 글자다. 지금의 것과 여러모로 다른 원래의 현판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중박)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다. 얼마 전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민석 위원장이 제보를 받았다며 이를 확인해달라고 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마치 안 위원장의 지적으로 처음 알려진 것처럼 보도가 되기도 했으나 영추문 현판의 중박 소장 사실은 문화재계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다.
그렇다면 중박에 있는 현판을 꺼내다 영추문에 다시 거는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원형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옛 현판을 가져오는 것이 적절해보인다. 이 지점에서 다시 광화문을 떠올리게 된다. 광화문의 현판을 두고 종종 시비가 일었는데 글씨체, 현판의 재질, 글씨와 바탕색 등을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했다. 핵심은 지금의 현판이 원형을 얼마나 충실히 재현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영추문 현판의 경우엔 중박에 소장되어 있으니 적절한 조치를 취한 뒤 가져다 달면 된다. 원형 고증이 문제가 아니라 문화재청과 중박 등 문화재 당국의 결정과 의지의 관건인 셈이다.
그러나 옛 건물이 중건, 복원될 때 현판을 새로 만들어 걸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현판에도 역사성이 있는 만큼 교체가 능사인가 하는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현판을 바꾸는 게 당장 급한 문제도 아닌 만큼 충분히 토론을 하고, 사회적인 합의를 거치자는 것이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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