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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 8년… 포성 사라진 서북도서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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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23 09:29:22 수정 : 2018-11-23 10: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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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화약고’라 불릴 정도로 남북간 무력충돌 위협이 끊이지 않았던 서북도서에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군이 연평도에 포격을 감행한 지 8년만이다.

1953년 7월 정전협정 당시 남북과 유엔군사령부는 백령도와 연평도, 대청도, 소청도, 우도 등 서북도서를 6.25 전쟁 전 대한민국 정부가 관할했던 것을 감안, 유엔군사령관의 군사통제에 두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해상 군사분계선은 북한과 유엔사의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미완의 과제로 남겨졌다. 이에 마크 클라크 당시 유엔군사령관은 같은해 8월30일 서해와 동해에 북방한계선(NLL)을 설정했다. 

서해 해상 적대행위 금지구역(완충수역) 합의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면 망향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장재도의 포진지가 닫혀 있다. 연평도=연합뉴스
NLL 설정은 정전협정의 원칙인 남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따른 무력충돌로 NLL은 남북간 군사적 대치의 최전선으로 바뀌었다. 이같은 대치 국면은 올해 들어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군사합의를 통해 평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서해 평화수역 및 공동어로구역 조성, 해주 항로 개방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아 서해에 완전한 평화가 정착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서북도서 무력충돌, 한반도 위기국면 부채질

서북도서와 서해 NLL은 남북 모두 물러서지 않는 ‘강 대 강 대치’를 지속했던 곳이다. 해주항이 막히면서 해운에 차질을 빚고 있는 북한은 NLL을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우리측으로서는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을 드나드는 항로가 NLL 이남에 있고, 서북도서는 수도권과 인접해 있어 ‘사수’가 불가피했다. 서북도서와 서해 NLL에서의 남북 충돌이 한반도 위기국면마다 등장했던 이유다.

1973년 북한은 NLL 무력화를 목표로 도발을 시작했다. 2000년대까지는 제1연평해전(1999년), 제2연평해전(2002년)과 대청해전(2009년)처럼 북한 함정이 NLL을 넘어와 우리 해군과 교전하는 해상 무력충돌이 자주 발생했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군의 공격으로 연평도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을 기점으로 이 일대에서의 군사적 대치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기존의 교전은 해상에서의 함정간 전투에 국한됐다. 서북도서 주민과 해병대 장병들이 위협을 받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북한 잠수함이 천안함을 공격한데 이어 방사포와 해안포가 연평도를 타격하면서 도발 위협은 수중과 지상, 공중으로 확대됐다. 서북도서 일대에서 안전한 곳을 찾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남북은 서북도서와 황해도 일대에 첨단 장비를 집중 배치, 이 일대를 ‘한반도의 화약고’로 만들었다. 북한은 연평도에서 6∼11㎞ 떨어진 장재도와 무도, 황해도 해안에 122/240㎜ 방사포와 130/76㎜ 해안포, 신형 고속정과 지대함미사일, 무인기 등을 배치했다. 우리 군도 이에 맞서 천무 다연장로켓, 군단급 무인기(UAV), AH-1S 공격헬기, 스파이크 미사일 등을 서북도서에 투입했다. 함포와 미사일을 탑재한 유도탄고속함을 대량 건조, 연안방어작전을 강화했다. ‘선(先)조치 후(後)보고’ ‘원점타격’ 등 무력충돌 대응수칙도 강경해졌다. 비무장지대(DMZ)보다 서북도서에서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긴장 ‘해빙’ 시작…평화정착까지 ‘가시밭길’

이같은 긴장 국면은 4.27 판문점선언에서 상호 적대행위 중단과 서해 NLL 일대의 평화수역 전환에 합의하면서 평화 국면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남북은 7월 1일 서해 NLL을 항해하는 남북 함정 간 핫라인(국제상선공통망) 가동을 재개했다. 2008년 5월 이후 중단됐던 해상 핫라인 가동이 10년만에 재개되면서 남북간 해상 무력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다.

판문점선언 후속으로 9월19일 평양정상회담에서 채택된 9.19 군사합의서는 우발적 충돌 방지를 넘어서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한 조치들을 담았다는 평가다. 군사합의서는 서해 덕적도~초도 수역에서 포사격과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 포문 폐쇄 및 함포 포구덮개 설치 등을 명시, 적대행위 중지를 통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차단해 서북도서를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하는데 중점을 뒀다. 또한 군사적 긴장상태가 지속되어 남북이 자유롭게 접근하지 못했던 공간을 공동으로 활용하기 위한 군사적 보장 대책 마련의 토대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서해상 적대행위 금지구역(완충수역)에 관한 9.19 남북군사합의가 시행된 첫날인 1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안에서 기동훈련중인 고속정의 포신에 덮개가 씌워져 있다. 연평도=연합뉴스
군사합의서 채택 이후 남북은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 조치에 착수했다. 지난 1일부터 북한은 해안포 포문을 닫았으며, 서북도서를 지키는 우리측 해군 함정도 포구덮개를 씌웠다. 2일에는 서해상에서의 제3국 불법조업 선박 정보교환이 10여년만에 재개됐다. 경고방송→2차 경고방송→경고사격→2차 경고사격→군사조치로 구성된 남북간 5단계 해상 작전수행절차도 1일부터 발효됐다. 지난 10년간 빈발했던 북한 함정의 NLL 침범도 사라졌다. NLL과 인접한 한강하구 중립수역에서도 5일부터 남북 공동수로조사가 시작됐다.

서해 NLL에서의 무력충돌 위험은 크게 낮아졌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남북은 군사공동위원회가 구성되면 서해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을 논의할 방침이다.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을 만들려면 기준선 설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측은 NLL을 기준으로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NLL 이남에 자체적으로 만든 경비계선을 강조할 경우 남북간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북한의 NLL 인정여부를 둘러싼 남남 갈등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

해주 항로 개방도 문제다. 해주항을 출입하는 북한 민간선박들은 NLL 이북 해역으로 우회 통항한다. 이로 인해 항해 거리와 시간이 늘어나 적지 않은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주항 개발이 지지부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이 해주 항로 개방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하지만 해주 항로를 개방할 경우 NLL 무력화 논란이 발생할 수 있어 양측간 갈등이 예상된다. 

해군 유도탄고속함과 참수리고속정들이 서북도서 방어의 일환으로 기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해군 제공
서북도서의 방위력 약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군사합의서에 따라 해상사격훈련을 할 수 없게 된 서북도서 주둔 해병대 K-9 자주포는 육지에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는 서북도서 특성을 반영, 대포병레이더나 무인기 등이 제공하는 정보에 기반해 사격하는 훈련을 대체할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군사분계선 일대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이 서북도서로 확대되면 유사시 해·공군력을 투입, 서북도서를 지킨다는 기존 전략이 변경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북도서 주둔 해병 6여단과 연평부대 규모가 축소되거나 육지로 이동배치될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서해에서 발생 가능한 위협에 대한 대비태세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며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다면 자위권 차원에서 강력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북도서 방어를 맡고 있는 해병대도 지난 9월 6일 연평도에서 북한군 기습을 가정, 전차와 박격포 등을 동원한 근해사격훈련을 실시하는 한편 K-9 비사격훈련을 포함한 대응 훈련을 늘려 전력공백 우려를 불식시킨다는 방침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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