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소설가 김진명“비핵화-미·북 관세동맹 동시 타결로 남·북·미 경제공동체 이뤄야 한반도 평화 가능”

입력 : 2018-11-23 03:00:00 수정 : 2018-11-23 10:35:2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세계일보 통일지도자아카데미 ‘2025년, 통일을 말하다’ 특강 1993년 발표한 첫 작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일약 밀리언셀러 작가가 된 후 ‘고구려’ ‘천년의 금서’ ‘싸드’ ‘미중전쟁’ ‘예언’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화제를 몰고 다니는 소설가 김진명(61)이 10월 24일 세계일보가 주관하는 제8기 통일지도자아카데미에서 ‘2025년, 통일을 예언하다’를 주제로 특강했다. 김 작가는 현실과 픽션을 넘나들며 한반도의 역사와 주변 열강과의 역학관계를 그린 작품들을 치밀한 취재를 바탕으로 집필하는 국민작가이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특강에서 김 작가는 “지금 한반도는 평화·번영·통일의 길로 갈 것인가, 아니면 더 큰 한반도 충돌을 잉태하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북한 비핵화와 급속한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해 “문재인정부가 성공하려면 비핵화니 종전선언이니 하는 당장 눈앞에 있는 것들만 보면 안 된다”며 “성과와 속도에만 집착하지 말고 한반도의 운명에 대해 남한 보수층과 마음을 열고 의논하고 토론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진명 작가의 이날 특강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김진명 작가가 10월 24일 세계일보 주최 제8기 통일지도자아카데미에서 “북한 핵문제는 미국과 북한의 관세동맹으로 해결하면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비핵화 협상 멈칫…남북·북중·북러 밀월, 한·미 불협화음

소설이나 영화 같은 현실이 한반도에서 펼쳐지고 있다. 올해 연초까지만 해도 화염과 분노로 전운이 감돌던 한반도에 언제 그랬느냐는 듯 평화를 내세운 대화와 협상 정국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도 열렸으나 애초 위기를 촉발시킨 원인인 북한 핵문제는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고, 남북한 민족공조에 바탕 한 북중·북러 밀월과 한·미 불협화음이라는 전혀 새로운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협상에 나온 이유는 핵개발 완성 선언 이후 국제 사회의 경제제재를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극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경제제재를 말려줄 중국조차 미국의 압박에 못 이겨 제재에 동참한 영향이 크다.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핵실험 장소인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앞까지 은밀히 갔다 오기도 했다. 언제든 평양을 때릴 수 있다는 신호다. 북한은 그동안 자신들이 공격 받으면 장사정포를 쏴 반격하겠다고 누누이 얘기했는데, 미국이 갑작스레 초토화 작전에 나서면 끽 소리도 못하고 비명횡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북한의 핵 개발 목적은 정권 유지 수단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핵무기가 정권 유지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체제까지 파괴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살고자 핵을 포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으로 정당성을 의심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11월 중간선거는 정치인으로서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속 정당인 공화당 안에서 입지를 잃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 국민이 찬사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응한 이유이다.
 
▶중국의 최고 우려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한국 중심 통일

동북아시아는 70년 이상 사회주의권인 북한·중국·러시아(소련) 대 자유민주주의권인 한국·미국·일본 축이 대결해왔다. 이러한 구도에서 중국은 한·미·일 동맹 가운데 한국을 중국 쪽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 미국과 한국을 이간질시켜 한국을 중국 편으로 끌어들이면 미·일 동맹만 남아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 본 것이다. 마땅히 중국이 꿈꾸는 태평양으로의 진출로를 여는 것이다. 그런데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남한과 동행하면서 오히려 한·미·일 동맹에 북한이 편입하는 상황을 걱정하게 됐다. 중국은 북한이 개혁·개방을 통해 자본주의화 해 한·미·일 동맹에 동참하는 것을 우려한다. 중국에게 북한이 갖는 전략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러시아 몽골 인도 파키스탄 미얀마 베트남 북한 등 중국을 둘러싼 나라 가운데 제대로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는 전혀 없다. 그런데 만약 남북이 대한민국 중심으로 통일된다면 중국은 처음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국경을 맞대게 된다.

중국은 중국식 자본주의를 도입했지만 정치적 측면에선 공산당이 정치권력을 독점한 나라다. 그래서 그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공산당 1당 독제체제의 붕괴다. 인민이 민주화에 눈을 뜨면 천안문사태가 또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그때보다 훨씬 경제가 발전한 지금 개인의식이 높아져 자유에 대한 욕구도 상승했다. 누군가 촛불을 붙이면 민주화 요구가 폭발할 수 있는데, 그 도화선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이고 민주주의에 특별히 광적인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남북통일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1919년 일제하 3·1운동 1년 후인 1920년 중국에서 5·4운동이 일어났고, 1987년 한국의 6·10항쟁 2년 후인 1989년 천안문사태가 발생한 것을 기억하는 중국은 내심 한국을 민주주의 전파력이 강력한 굉장히 위험한 나라로 본다.

차이나 패싱을 우려하며 남북 대화와 북·미 정상회담을 지켜보던 중국은 3월 하순 북·중 정상회담 이후 40여 일만인 5월 중국 다롄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김정은과 다시 만나는 등 짧은 시간 안에 세 차례나 대면했다. 북한이 급속도로 미국 쪽으로 기울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는 의도다.
 
김진명 작가는 “중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한국 중심의 한반도 통일을 가장 두려워한다고”고 주장했다.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불원…중국과는 겉으로만 혈맹

북한은 중국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혈맹이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엄청 경계하고 있다. 김일성도 김정일도 모두 ‘중국을 조심하라’고 했다지 않나. 김일성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 “주한미군이 이북에도 주둔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한 적도 있다. 주한미군이 동북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추 역할을 하는 것을 아는 것이다. 김정은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진핑과 여러 번 접촉한 것은 순전히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수틀리면 너희 미국 말고 중국이 있다고 시위한 것으로 봐야한다.

▶미국에게 북한은 필요악…한·미·일 동맹 동반자 견인 필요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힘은 기축통화인 달러이고, 달러를 유지하는 힘은 세계 최강인 군사력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미국이 군사력을 키울 명분을 제공해온 필요악 구실을 해왔다. 그런데 이번 미·북 대화 국면에서는 미국에 대한 북한의 역할을 바꿔야 한다. 북한을 한·미·일 동맹의 충실한 동반자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김정은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하면 한반도에 큰 분란이 생길 수 있다. 김정은이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에서 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확 끌어오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은 북한 비핵화 이후 미·북 무관세동맹 체결 도와야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 포기 이후 북한 경제를 한·미·일 동맹에 편입하는 것이 북한의 체제 안전은 물론,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김정은과 트럼프에게 동시에 설득해야한다. 특히 미국을 상대로 북한이 보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납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은 엄청난 대중 무역적자로 고민 중이다. 그런 고민을 남과 북, 미국이 손잡고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북한 비핵화와 함께 북·미가 관세동맹을 맺어 북한에서 생산한 물건을 관세 없이 미국에 수출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대미 수출로 번 돈을 북한은 미국 제조업체가 만들어낸 기계, 플랜트, 슈퍼컴퓨터 등을 사는 데 쓰도록 하면 된다. 그럼 미국은 대중 무역적자를 대폭 줄이고, 제조업 수출도 늘리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북한은 미국의 생산설비를 들여와 국가 기간시설을 구축해 빠른 시간 내 경제를 크게 일으켜 세울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트럼프노믹스를 통해 미국 중부 러스트 벨트의 백인 노동자들의 몰표를 받아 대통령이 되었다. 그런데 미국 노동자들에게 미국산만 사라고 하면 생활이 되겠나. 외국의 질 좋고 값싼 물건을 관세율을 높여 들어오지 못하게 하면 오히려 미국 노동자의 삶이 어려워지는 모순에 빠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결국 남북미가 함께하는 관세동맹은 트럼프노믹스의 아메리카 퍼스트와 궤를 같이한다. 북한이 만든 값싼 소비재를 무관세로 들여와 미국 노동자들이 구매하게 함으로써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고, 미국 제조업이 만들어내는 중후한 기계와 플랜트의 대북 수출을 늘려 아메리카 퍼스트, 즉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
김진명 작가(앞줄 왼쪽에서 세번째)가 세계일보 제8기 통일지도자아카데미 수강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가치관 부재가 위기 불러…역사 기록 부실 심각

우리나라의 최대 문제는 국가와 국민에게 뚜렷하고 일관된 가치관이 없다는 것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자기 자신의 존재와 의미에 대한 가치관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또한 우리의 과거조차 잘 모른다. 기록도 부실하다. 이집트나 그리스는 천 년 전에 망한 나라지만 기록으로 지금도 생생하다. 700년간 유지된 고구려는 광개토대왕비와 충주의 중원고구려비만 있을 뿐 역사서로는 종잇장 하나 남아있는 게 없다. 유교가 지배한 조선이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고 중국과 맞서 싸운 고구려 기록을 멸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선은 소수 양반이 지배이데올로기인 유교를 통해 학문으로 사회를 지배한 나라이다. 명과 청 등 조공을 하던 중국이 안 좋아할 사료들을 다 없앴을 가능성이 크다. 사학자들은 돋보기는 물로 현미경까지 동원해 어딘가 존재할 지도 모를 역사 기록을 찾고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우리 민족은 역사상 숱한 위기가 있었지만 모두 극복한 위대한 민족이다. 이번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하리라 기대한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