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측 요구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수석대표를 맡은 한·미 워킹그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첫 회의를 갖고 공식 출범한 것도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관계 진전의 속도를 조율하기 위한 것이다. 한·미 양국은 비핵화와 제재 이행, 남북 협력 방안 등에 대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논의를 위해 워킹그룹 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미 양측이 자주 만날 것이고, 가급적 한 달에 두 번 정도 만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악수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문제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현재의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 남북관계에서도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한·미 워킹그룹을 발족한 배경에 대해 “우리가 서로 다른 소리를 하지 않고, 우리나 한국이 서로 다른 쪽이 알지 못하거나 의견 표명 또는 생각을 제시할 기회를 갖지 못한 조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곧 한국 정부가 남북 화해와 협력을 위한 대북 정책을 추진하면서 미국이 놀라는 일이 없도록 긴밀하게 사전·사후 협의를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미국이 사사건건 한국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남북한은 4·27 판문점선언을 통해 남북 철도 연결 및 현대화에 합의했다. 남북한은 이어 열린 고위급회담에서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를 마무리한 뒤 11월 말∼12월 초에 착공식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미 간 사전 협의가 끝나지 않아 이 일정이 순연되고 있다. 미국 측은 워킹그룹 회의에서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착공식이나 철도 연결 등 본질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
북한과 미국은 지난 8일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참석하는 뉴욕 고위급회담이 무산된 이후 아직 이 회담 재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내년 1월 초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계획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고위급회담에 서둘러 나오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고 있으나 북한이 응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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