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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조명래 환경부장관 “태양광 발전 계속 돼야… 녹색-녹색갈등은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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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21 11:36:49 수정 : 2018-11-21 11: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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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인사청문회 때 입은 내상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20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환경부 종합상황실에서 만난 조명래 환경부장관은 “지금도 청문회 후유증이 남아있다”며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채 임명장을 받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교수이자 환경운동가로서 이론과 실천을 겸비했다는 평가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인터뷰 전 링거까지 맞고왔다며 고충을 털어놓으면서도 막상 대화가 시작되자 재생에너지와 미세먼지, 개발사업을 둘러싼 갈등 등 여러 현안에 대해 막힘없이 의견을 풀어냈다.

―태양광 발전을 둘러싼 갈등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폐패널 처리 등 여러 문제가 지적됐는데 환경부장관으로서 어떤 원칙을 갖고 있나?

“태양광은 계속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30%로 올리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15년 전 덴마크에 갔을 때 그곳은 이미 태양광 발전이 엄청나게 앞서 있었다. 다른 나라는 아직 준비 중일 때 미리 시장을 선도하니 세계 시장에서 매출을 올리고, 그게 거대한 산업이 됐다. 현재 태양광산업에서 질적으로 덴마크를 따라갈 곳이 없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태양광 발전을 시작한 것에 불과하다. 최근들어 산지 훼손이나 폐패널 폐기물, 빛공해 등 이슈가 터져나오고 있지만, 태양광이 주류가 되려면 이런 갈등은 필요하다고 본다. ‘녹색과 녹색의 갈등’이라고 하는 이런 진통을 겪는 과정에서 제도 개선과 생산성 향상, 기술 발전이 있다고 본다.”
 
―환경문제 없이 태양광 발전을 확대할 방안이 있나?

“지금까지는 사업을 먼저 허가하고 그 다음에 환경성을 봤기 때문에 문제가 많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환경성을 먼저 확보하고 사업을 허가하게 된다. 태양광이 들어올 부지의 규모나 위치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철저하게 하고, 환경적으로 민감한 곳은 전력생산이 줄더라도 설치를 피해야 한다. 버스정류장이나 유휴지 등 대체부지를 마련해서 부족한 양을 채워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계획입지제가 필요하다. 예컨대 어떤 지자체에서 재생가능 에너지 목표를 정하고, 그걸 실행하려면 어떤 시설을 어떤 규모로 어디에 세울지 도시관리계획에 포함해 추진해가는 것이다. 경사도, 생태민감도뿐 아니라 폐패널 처리에 이르기까지 태양광 발전의 전체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해 입지를 고르도록 하는 방법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이재문기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새만금 태양광 계획은 환경부와 협의된 것인가?

“새만금 계획은 단지 (큰 그림이) 발표됐을 뿐이고 지금 단계에서 환경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앞으로 사업자가 선정되고 환경영향평가를 하게 되면 이 단계에서 친환경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책임지고 임하겠다.”

―지난달 초까지 흑산공항 문제로 시끄러웠다. 당시 사업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환경부(국립공원심의위원회)가 환경문제가 아닌 경제성과 안전성까지 심의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주장했는데.

“경제성과 안전성은 환경문제와 탐방객 관리와 연계돼 있으므로 월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업 면적, 방문객 수 등 경제성은 곧 철새 이동·서식지나 식생 우수지역 훼손 같은 환경문제와 관련돼있고, 안전성은 국립공원 관리의 중요사항인 탐방객 관리와 연관돼있다. 또 국립공원이라는 환경의 훼손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사업 타당성이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흑산공항도 그렇고, 설악산 케이블카도 그렇고 환경단체와 지역 간 갈등을 겪는 사업이 적잖다. 이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흑산공항뿐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환경사안은 갈등사안이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오랜 기간 국가의 정책 기조가 개발주의 정책이었다. 부흥부, 건설부 등 독특한 부처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건설이 권력화돼 온 역사가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환경 보호는 메인 스트림 정책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주요정책과 관련해 환경부가 환경보전 의견을 내면 발목을 잡는 게 됐고, 문제를 제기하면 갈등이 됐다.

경제도 중요하고, 그에 못잖게 환경도 중요하다. 따라서 이 두 가치를 충분히 견줘서 갈등을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

흑산공항도 (다시 심의하게 되면) 지금 절차와는 다른 트랙으로 논의 기구를 만들어 숙의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싶다. 갈등조정 방법을 보면 플래닝 셀, 합의회의, 배심원제도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환경 갈등사안에 숙의과정을 도입할 경우 이해당사자들이 만나서 백지상태에서 뭐가 도움이 되고 안 되는지 논의하게 된다. 각 사안별로 그런 숙의과정을 두고, 부처 내에는 그걸 관장하는 갈등조정관을 두려고 한다. 갈등조정위원회를 두고 사안별로 숙의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숙의하는 과정이 잘 발달하지 않았다. 필요하면 외국 전문가를 불러오고, 현행법을 통해 할 수 있는 구속력있는 방법이 뭔지 강구해보려고 한다.”
―국립공원 내 사찰 통행료 징수 문제 같은 사례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그렇다. 참여정부 때 갈등조정법이 도입되려다 지금 총리령으로 돼있다. 이걸 다시 기본법으로 돌리는 게 중요하다. 갈등조정기본법이 나오면 그걸 토대로 각종 조정제도를 만들 수 있다.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본다.”

―대학교수로서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다음달 환경부는 금강과 영산강 등 5개 보의 처리방안을 발표할 계획인데 여기서 가장 핵심적인 원칙은 무엇이라 보는가?

“자연성 회복이 핵심이다. 자연성 회복이란, 이·치수의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강이 인공적인 개입을 받지 않고 자연적으로 흐르는 상태를 말한다. 강이 자연적으로 흐를 수 있게 하되 물 사용을 쉽게 하고, 강의 생태적 건강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간 14개 분야에 대해 모니터링을 해온 결과 보를 개방한 곳에서 조류 농도가 감소하고 모래톱이 회복되는 등 동식물 서식환경이 개선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처리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내년 2월 경유차 퇴출 로드맵을 발표하기로 했는데, 우리나라도 영국과 프랑스처럼 내연기관 판매 중단 시점을 제시할 수 있을까?

“공공부문은 2030년까지 제로화한다고 이미 밝혔고, 문제는 민간 부문이다. 경유차가 국내 미세먼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인데 자동차 배출 미세먼지의 92%가 경유차에서 나온 것이다. 경유차를 잡지 않으면 미세먼지도 잡기 힘들다. 국민 생활의 어려움이 있다하더라도 경유차는 잡아야 한다. 정부는 경유차의 실도로 배출기준을 강화했고, 앞으로도 경유차 배출가스는 계속 줄여가야 한다. 앞으로 차량 등급제가 도입되기 때문에 비상저감조치 때는 4∼5등급 차량은 운행이 어렵다. 경유차는 불편해서 사용하기 힘들어진다는 뜻이다. 또 유류세가 조정되면 앞으로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싸다는 보장이 없다.

유럽은 2030년 내연기관차 퇴출을 밝혔는데 결국 세계적으로 주종은 전기차나 수소차같은 비내연기관차가 될 것이다. 비내연기관차들이 경쟁력을 가지면 내연기관차는 상대적으로 고가의 차가 될 지도 모른다. 이런 움직임들이 모이고 모이면 자연스럽게 경유차도 퇴출되지 않을까. 물론 그 과정에서 서민이 겪는 경제적 고통은 다양한 인센티브와 지원제도를 통해 줄여갈 것이다. 정부는 내년 노후한 경유 1t 트럭을 LPG 트럭으로 교체하면 400만원의 보조금을 주고, 대형 경유차를 팔면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경유차 전환 속도를 올릴 것이다.”

―유류세 조정에 대해서는 어떤 원칙을 갖고 있나.

“환경부가 관할하는 문제가 아니어서 앞서서 말씀드리기는 그렇다. 다만 우리 부 직원이라면 유류세에 환경비용이 반영돼야 한다는 데 모두 공감할 것이고, 앞으로도 이런 생각이 대세가 될 것이다.”

대담=박희준 사회부장
정리=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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