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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내린 손혜원 의원은 김성근을 바라나

입력 : 2018-11-17 07:00:00 수정 : 2018-11-17 16: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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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선 감독께서 지금부터 하실 결정이 두 가지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과를 하시든지 사퇴를 하시든지, 지금 이렇게 끝까지 버티고 우기시면 2020년까지 계속 가기 힘듭니다. 아마도 장관이나 차관들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계실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지난달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에게 던진 말이다. 당시 “소신 있게 뽑았다”고 강변하던 선 감독의 대답에 손 의원은 “그래서 우승했다는 얘기는 하지 마십시오. 우승이 그렇게 어려운 거라고 다들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지요? 정말 진심으로 후배들을 위한 마음이 있었다라고 하신다면 사과를 하시든지 아니면 사퇴를 하시든지 두 길만 남았다라는 것만 말씀드립니다”고 몰아붙였다. 결국 손 의원 말처럼 선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보고 달려가던 ‘국보’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겉으로는 선 감독이 자진사퇴를 했다. 하지만 국정감사를 통해 손 의원이 지휘봉을 내려놓으라는식으로 압박했고, 정운찬 KBO 총재까지 동조하는 것처럼 보이자 선 감독으로서도 더는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볼 수 있다.

선 감독 사퇴로 공석이 된 야구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놓고 현재 여러설이 오가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 전임감독이냐 겸임감독이냐를 놓고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 장윤호 KBO 사무총장은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어서 현재는 어떤 결정도 확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치권에서 감독을 내리꽂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낸다. 일부 정치인들이 야구를 적폐이자 재벌들의 놀이터로 규정하면서 지나치게 개입하기 때문이다.

인기도로 본 한국 스포츠는 크게 프로야구와 국가대표 축구로 양분된다. 축구는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엄격하게 정치권 개입을 차단하고 있다. 국정감사 증인 채택이나 감독 선임 등 때마다 정치권에서는 축구에 간섭하려고 했으나 FIFA 규정 때문에 깊숙한 개입을 피해갔다.

그러나 야구는 다르다. FIFA와 같은 막강한 힘을 가진 전세계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에 국내 정치 개입이 가능하다. 프로야구는 태생이 정치적이었다. 전두환 정권에서 ‘3S(스포츠, 스크린, 섹스)’ 정책의 일환으로 프로야구를 출범시켰다. 김기춘, 정대철, 신상오 등 정치인 출신들이 KBO 총재를 맡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 때는 문재인 대통령이 시구자로 나선 바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낙하산 인사’가 적지 않다. 공공기관장 등에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를 내려보낸다고 야당에서는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야구대표팀 감독은 공공기관장이 아니지만 그에 준할만큼 상징적이고 관심 받는 자리다.

손 의원은 국회 문체위 여당 간사다. 초선이지만 문화 분야 식견이 빼어나고 ‘전투력’이 뛰어나 간사를 꿰찼다. 간사는 교섭단체를 대표해서 상임위 내 협상을 진두지휘한다. 손 의원은 여당 간사이자 문체위 예산결산소위원회 위원장이다. 문체부 및 산하기관의 예산을 감액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KBO는 독립기구이지만 일부 문체부 기금 사업 지원을 받는 부분이 있다.

국정감사장에서의 질문 때문에 손 의원은 ‘야알못(야구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손 의원은 원년 때부터 ‘OB베어스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최근 올린 페이스북 글에도 “전문가는 아니지만 ‘야알못’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손 의원은 지난달 23일 국정감사에서 정 총재와의 질의에서 “토니 라 루사 감독처럼 별로 유명한 스타선수는 아니었지만 정말 훌륭한 감독이 됐던 사례도 있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도 그런 감독들 계시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서 얘기해 달라”고 했다. 이 때 정 총재는 “조범현 감독(전 KT)”을 말했다.
김성근 전 감독. 연합뉴스

정 총재는 조 감독을 꼽았으나 손 의원은 김성근 전 한화 감독을 개인적으로 지지한다. 김 감독은 실업야구 시절인 1963년 노히트 노런, 1964년 실업야구 연맹전 다승 공동 2위(20승5패)의 빼어난 성적을 기록했으나 혹사와 폭음 등의 이유로 현역 생활을 일찌감치 접었다. 대신 한국시리즈를 세 차례나 제패하는 등 ‘야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도자로서 성공가도를 달렸다. 이 때문에 손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인 2015년 10월 손 의원은 페이스북에 “승부에서 졌다고 그동안이 노력과 성과마저 폄하하고 조롱하며 책임추궁을 한다면 누가 그 부담스러운 자리에 있겠나”며 “저는 김성근 감독께 올 시즌 큰 기쁨을 주셔서 감사했다고 전하고 싶다”고 적었다.
손혜원 의원 페이스북 캡처

‘적폐’를 도려내는 작업은 필요하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영역도 있다. 다만, 감독을 내리는 영역을 넘어 새로 선임하는데 특정 정치인의 기호가 반영된다면 ‘또 다른 적폐’가 탄생되는 것이다. 일각의 우려가 기우로 끝나길 바란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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