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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경의행복줍기] 행복을 초대하는 방법

관련이슈 조연경의 행복줍기

입력 : 2018-11-13 23:40:22 수정 : 2018-11-13 23: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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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외로움을 담당하는 장관이 영국에 생겼다. 외로움은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특히 대화의 단절 등 정신적 자극이 부족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64%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체육 및 시민사회를 담당하는 트레이시 크라우치 장관을 외로움 문제를 담당할 장관으로 겸직 임명했다. 국가가 개인의 외로움을 돌봐야 할 만큼 외로움은 단순한 정서적 감정이 아니라 고독사 등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치명적인 현대병으로 등장했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고독사 제로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고, 우리나라도 복지공무원이 혼자 사는 가구를 방문해 안부를 묻고 보호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지극히 제한적이다. 외로운 사람은 많은데 돌봐줄 손은 적다.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은 외롭다. 예전에 우물가에서 물을 긷고 빨래터에서 빨래하던 시절은 몸은 힘들지 몰라도 정신은 건강했다. 매일 모여서 집안일을 하며 수다로 스트레스를 날리고, 외로움이 자랄 틈을 주지 않았다. 농번기에는 이웃끼리 힘을 합쳐서 내 일 남의 일 할 것 없이 함께 농사일을 했다. 조선시대 후기 이양법이 전개되면서 농사일을 공동으로 하는 ‘두레’가 좋은 생활 풍습으로 정착했고 이어져 왔다.

전에는 이렇듯 함께 하는 일이 많았다. 봄에 뒷동산에서 바구니 옆에 끼고 나물 캐는 일도 , 여름에 냇가에서 물고기 잡으며 헤엄치는 일도, 가을에 큰키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감과 밤을 따는 일도, 겨울에 김장을 하며 먹거리를 준비하는 일도 늘 이웃과 함께였다. 어디 그뿐인가? 어느 집에서 기름 타 들어 가는 고소한 냄새가 나는가 싶으면 바로 낮은 담장 너머로 김치전 접시가 넘어오곤 했다.

지금은 컴퓨터, 세탁기, 정수기 등 버튼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된다. 거기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나한테 피해만 주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 어느 새 혼자가 편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외롭다. 외로움은 깊은 우물 같아서 한번 빠지면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한다. 함께 어울려 사는 삶이 건강하고 행복하다.

커피가 어울리는 이 가을, 남편과 아이들이 각각 일터와 학교로 간 아침 시간 이웃집 문을 두드리며 “시간 괜찮으면 커피 한잔 할래요? 서툰 솜씨지만 쿠키도 만들어 봤어요”하며 정겨운 대화의 시간을 청해 보기도 하고, 회사 동료들에게 “근사한 맛 집을 발견했어요. 오늘 점심 다 같이 가요” 하면서 점심식사를 초대한다면 반가운 손님이 먼저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을 것이다.

바로 행복. 행복은 여러 사람의 말소리와 웃음소리를 좋아한다.

조연경 드라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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