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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뿐이겠나"… 내신·수시전형 불신 어쩌나

입력 : 2018-11-12 18:36:52 수정 : 2018-11-12 18: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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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제도 공정성 논란 재점화 / 수능 위주 정시 확대 목소리 커 경찰이 사실로 결론 낸 숙명여고 정기고사 시험문제·정답 유출 사건의 파장이 거세다. 고교 내신의 신뢰성 논란은 물론 수시모집 위주의 대학입시 제도에 대한 공정성 논란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다. 대입 제도의 근본적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함께 보수성향 학부모 단체를 중심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의 정시모집 확대 주장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경찰이 숙명여고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한 12일 교육계 안팎에선 “정도의 차이가 있거나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이런 일이 수두룩할 것”이란 반응이 적지 않았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학교 교사와 자녀 관계뿐 아니라 교사의 가족이나 친구, 선후배 등이 사교육업계에서 일하는 경우도 얼마나 많냐”며 “내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이런 네트워크를 통해 얼마든지 시험 문제와 답안이 유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숙명여고 문제유출 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된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앞에서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회원들이 숙명여고 교장, 교사의 성적조작 죄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학생들 사이에서 ‘중간·기말고사 기간에는 교사들을 격리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학부모 백모(50)씨도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숙명여고뿐이겠냐”며 “특히 부모와 자녀가 한 학교에 같이 다니면 수행평가 점수든 뭐든 자녀에 대한 특혜가 공공연한 비밀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민감한 반응은 내신의 중요성이 커진 탓이다. 현재 고2 학생들이 치를 2020학년도 대입에서 전국 4년제 대학은 10명 중 8명(77.3%)을 수시모집으로 뽑는다. 수시모집은 교과성적(내신)을 주요 전형요소로 하는 ‘학생부교과전형’과 비교과 영역까지 보는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이 크다.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은 고교별 학력차 등을 감안해 학종 비중이 높지만 이마저도 일정 수준의 내신이 안 되면 지원 자체가 힘들다.

12일 경찰이 숙명여고 쌍둥이 시험문제 및 답안지 유출사건의 증거물들로 제시한 접착식 메모지. 집에서 발견된 메모지에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 과목의 정답이 적혀 있다. 수서경찰서 제공
쌍둥이 딸이 치른 시험지에도 해당 시험문제의 정답(빨간 원)이 깨알같이 작은 숫자로 옮겨 적혀 있다.
수서경찰서 제공
그런데도 상당수 학교의 시험지·답안지 관리 보안은 허술하기만 하다. 부모와 자녀가 한 학교에 다니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지난 8월 기준 전국 2360개 고교 중 560개교(23.7%)에서 교원(1005명)과 자녀(1050명)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일부 교사나 학교 행정직원이 시험지·답안지에 손을 댔다가 처벌받기도 했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은 이날 “내신과 학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그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라며 “이 기회에 ‘깜깜이’ 학종보다 훨씬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능 위주의)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수시 축소·폐지’와 ‘정시 확대·100% 수능’을 요구하는 청원이 잇따랐다. 이들은 교육당국이 밝힌 폐쇄회로(CC)TV 설치를 비롯한 내신 시험지·답안지 보안 강화와 교사와 자녀 상피제 적용 등도 미봉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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