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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성향 다르면 나가라?”…실리콘밸리의 좌편향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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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12 16:31:16 수정 : 2018-11-12 16: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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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페이스북 고위직 인사들이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후보를 지지한 한 간부에게 다른 후보를 지지하도록 강요하거나 이를 이유로 사퇴를 종용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 우 편향 간부에 “트럼프 지지 철회해라”종용 의혹

문제가 된 인물은 2014년 페이스북에 합병된 증강현실(VR) 기기 스타트업 ‘오큘러스’의 공동창업자 팔머 러키다. 러키는 대선 당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그룹에 1만 달러의 후원금을 냈다. 그의 기부 소식이 페이스북 내부에 알려진 지 6개월 뒤 그는 아무런 이유 없이 회사를 떠났다.

WSJ은 복수의 페이스북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러키가 페이스북을 떠난 이유는 그의 우파성향이 실리콘밸리의 다수를 차지하는 좌파성향 기업가들의 화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당시 러키의 후원금 기부에 대해 페이스북 최고위급 인사들이 이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이야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등은 러키에게 트럼프 대신 트럼프를 ‘파시스트’라고 비난한 자유당 게리 존슨 후보를 지지하도록 강요했다는 증언도 제기됐다.

러키는 회사를 떠나면서 2019년 6월까지 지급될 예정이었던 1억 달러의 보너스와 스톡옵션을 지급받았다. 이 문제에 정통한 러키의 주변인들은 이 돈은 단순한 퇴직금이 아니라 일종의 합의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존슨 후보를 지지하라는 압박을 받은 러키가 변호사를 고용해 페이스북을 고소하려 한 것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캘리포니아 주는 직원에게 정치적인 선택을 강요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이메일을 통해 WSJ의 이런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저커버그 또한 러키의 퇴사가 정치적인 이유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뉴욕에 있는 Google 사무실. EPA연합뉴스
◆실리콘밸리는 실제로 좌 편향?

실리콘밸리의 좌 편향은 트럼프 정부 들어 지속해서 수면위로 떠오른 바 있다. 올해 초 페이스북은 영국의 데이터 분석 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개인정보 무단수집 사건으로 CEO가 청문회에 서는 홍역을 앓았다. 일각에서는 이런 사태 발생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 뿐 아니라 우파성향 정치인들에게도 페이스북이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정치후원금 면에서도 실리콘밸리 IT기업들이 크게 좌 편향된 모습을 보였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연방선거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5∼2016년 실리콘밸리 최대의 IT기업인 구글과 지주회사 알파벳은 힐러리 클린턴 당시 후보 진영에 154만7930달러를 후원했지만 트럼프 진영에는 60분의 1 수준인 2만4892달러를 지원하는 데 그쳤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클린턴 지지가 두드러졌는데, 두 기업은 클린턴 후보 진영에 각각 46만1604달러와 12만2613달러를, 트럼프 후보에는 각각 4669달러와 4060달러를 후원했다. 페이스북의 경우 클린턴 후보 진영에 100배에 달하는 후원금을 준 셈이다.

다만 트럼프 후보가 원래부터 부호였기 때문에 그에 대한 후원금이 적다는 것이 반드시 좌 편향을 의미한다고 볼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당시 트럼프 후보는 자신에 대한 후원금이 적은 것을 오히려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해 승기를 잡기도 했다. 

중간선거 마지막 지원유세 펼치는 트럼프. AP연합뉴스
◆좌 편향 IT기업과 정부의 싸움…중간선거를 계기로 2라운드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좌 편향 IT기업들이 수모를 겪을 것이란 전망은 실제 현실화됐다. 다만 지난 6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를 계기로 이 기류가 일부 선회하는 모양새다.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한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언론 길들이기’를 의회 차원에서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차기 하원 정보위원장이 유력시되는 애덤 시프(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11일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들을 벌주기 위해 연방정부의 공권력을 남용한 게 아닌지를 민주당이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주요 타깃은 트럼프 행정부가 거대 통신업체인 AT&T와 복합미디어 그룹 타임워너의 합병을 막은 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을 겨냥해 배송료를 올리려고 한 사례 등이다. 타임워너가 CNN 방송의 모기업이고,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가 일간 워싱턴포스트(WP)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의 초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탄압 여부를 확인하는 데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에 관한 민주당의 조사 방침은 백악관이 CNN 선임 출입기자를 최근 출입 정지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CNN 사이의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나와 더욱 주목된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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