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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 집필 200년… 현대 감각으로 재조명

입력 : 2018-11-10 03:00:00 수정 : 2018-11-09 20: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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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유배지서 펴낸 행정지침서 / 지방행정관의 청렴과 애민 강조 / 창비, 역주 40년 만에 전면 개정 /“民을 주체로 하는 민주적 사상 / 우리 사회 나가야 할 근본 제시”
정약용 지음/다산연구회 옮김/창비/각 2만5000원
역주 목민심서 전 7권/정약용 지음/다산연구회 옮김/창비/각 2만5000원


“심서(心書)라 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목민할 마음은 있으되 몸소 실행할 수 없기 때문에 심서라 이름한 것이다.”

유배지에서 오랜 기간 공들여 집필한 ‘목민심서’를 두고 정약용(1762∼1836)이 ‘자서(自序)’에서 토해낸 말이다. 유배지에 묶여 있어 일할 수 없는 다산의 절절한 심성이 드러난다. 목민(牧民)에 대해서도 정약용의 견해는 분명하다. 유교문화권에서 으레 내세우는 ‘어리석은 백성’으로서가 아니다. 다산은 “천하에 가장 천해서 의지할 데 없는 것도 백성이요, 천하에 가장 높아서 산과 같은 것도 백성이다”고 했다. ‘민’(民)을 한편으로 가장 불쌍하게, 다른 한편으로 가장 높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산이 오늘날 민주주의의 작동원리와 유사하게 국민을 중심에 두고 정치와 제도를 생각했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 까닭에 2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의미가 전해질 수 있었다.

정약용이 1818년 유배 마지막 해에 완성한 목민심서가 집필 200주년을 맞은 가운데 창비가 전면개정판을 냈다. 간행된 때부터 수많은 필사본이 나오는 등 당시 지식인 사회에 크게 어필했다. 실학자들 사이에서는 기울어가는 나라를 바로잡기 위한 필독서로 받들어졌다.
백성을 가장 불쌍하게 여기면서도 가장 높은 존재로 여긴 다산 정약용의 인식은 오늘날 국민을 중심에 둔 민주주의의 작동원리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HMG 제공

현대에 들어 더욱 빛을 발했다. 1978년 창작과비평사가 ‘역주 목민심서 제1권’을 출간하면서부터 고전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책을 번역한 다산연구회 송재소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다산은 지방 행정관의 청렴을 일관되게 강조했고, 겉치레가 아니라 진심으로 백성을 사랑해야 한다고 적었다”고 전했다. 송 교수는 “1970년대 번역 당시 월요일마다 이우성 선생 연구실에 모였다”며 “하루에 200자 원고지 2장만 번역한 적이 있을 만큼 치열하게 논쟁하면서 정확하게 우리말로 옮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번역팀은 일제강점기 당시인 1934∼1938년 신조선사에서 간행한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를 저본으로 했다. 그는 “유신 정권에 이어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학원 민주화를 외친 교수를 다 해임했는데, 연구회원 중 6명도 해직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임형택 교수는 “목민심서 번역은 민주화운동의 일환이자 비민주적인 군부 독재 상황을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시간이었다”며 “1986년에 번역을 마친 뒤 남양주 다산 묘소에서 고유제를 지낸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왼쪽)와 송재소 다산연구회 회장이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가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다산의 사상은 오늘날 면면히 이어져 민주주의와 더불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비 제공

개정판은 젊은 독자도 쉽게 읽도록 문장에 현대적 감각을 더했다. 특히 번역 작업은 학술사적으로 높은 위상을 차지하는 목민심서를 재조명하자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번역문과 원문을 꼼꼼히 대조하고, 40년간 축적한 연구 성과를 토대로 인명과 지명에 대한 정보를 추가했다.

임 교수는 “중국과 한국에서 많은 목민서가 나왔는데, 분량과 내용 면에서 목민심서에 비견할 만한 책은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민을 주체로 하는 민주적 사상이 깃든 목민심서는 행정학이 아닌 정치학 고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를 어떻게 제대로 된 민주주의로 끌고 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할 때 바탕이 될 만한 책이 목민심서”라고 평가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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