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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환경관리제로 오염물질 저감… ‘클린 사업장’ 만든다 [연중기획-지구의 미래]

입력 : 2018-11-08 03:00:00 수정 : 2018-11-07 22: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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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도입 앞두고 대대적 체질개선 나선 포스코 광양제철소
쓰레기를 버리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하자. 하나는 쓰레기 발생 과정이야 어떻든 기준치 이하로만 버리면 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기준치 이하로 버리는 것은 물론 무슨 물건을 얼마만큼 사서 어떻게 쓰고 분리수거하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다. 당연히 쓰레기를 줄이려면 두 번째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다.

그런데 최근까지 우리나라는 첫 번째 방식으로 사업장 환경오염물질 배출시설을 관리해왔다. 이를 후자로 바꾼 것이 ‘통합환경관리제도’다. 이 제도는 올해 2년차를 맞았다. 2021년까지 연간 20t 이상의 대기오염물질이나 하루 700㎥ 이상의 폐수를 배출하는 대규모 사업장 1300여곳이 새 제도에 따라 환경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업장 배출시설 관리 방식이 완전히 바뀌는 셈이다.

제도 도입을 앞두고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 포스코 광양제철소(소장 김학동)를 찾았다.

◆“TF 꾸려 허가 준비… 이후엔 환경전문담당자 배치”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시 금호동. 단일 제철소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1857만㎡ 부지에 솟은 굴뚝들이 특유의 스카이라인을 뽐냈다.

철강제품은 철광석 등 원료를 들여와 가공한 다음 고로→제강→압연 등을 거쳐 탄생한다. 각 단계에서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같은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한다.

이를 처리하기 위한 환경운영비용만 연간 5300억원가량 든다. 1987년부터 30년 가까이 환경설비에 투자한 금액은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원료야드를 지나 소결공장(가루 상태의 철광석을 덩어리로 굳히는 곳)에 들어서니 굴뚝 옆에 나란히 서 있는 10층 건물 높이의 커다란 설비(SCR)가 눈에 들어온다. 소결공장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을 80% 이상 제거하는 ‘탈질 설비’다. 지금은 소결공장에만 있으나 내년부터는 800억∼900억원을 투자해 제철소 내 9개 발전기에도 차례로 설치할 예정이다. 통합환경관리제를 염두에 둔 조치다. 집진기도 처리효율을 최적화할 수 있는 것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김중호 포스코 환경자원그룹 통합허가 태스크포스(TF) 팀장은 “지금도 배출허용기준을 충족하고 있지만 통합환경관리에 들어가면 발생 총량을 대폭 줄여야 하니 환경설비 고도화 작업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환경관리제가 도입되면 지방환경청과 광역지방자치단체, 기초지자체 등 제각각이었던 환경허가 창구가 환경부로 일원화된다. 지도단속도 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다만, 처음 도입되는 제도이다 보니 원료·설비별 배출량 분석 등 사업장에서 준비해야 할 게 많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지난 8월 통합환경허가 TF를 꾸려 대응에 나섰다. 내부 직원 74명이 참여하고 외부 전문가 10명도 상주한다. 올 상반기에는 1개 공장에 대해 통합허가 계획서를 시범적으로 작성해 6개 철강업체가 참여하는 환경부 통합허가 협의체에서 공유했다.

허가를 받으면 배출기준 충족만이 아니라 시설관리, 투입·산출물 관리 등 공정을 밀착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공정별로 환경전문담당자를 운영할 계획이다.

◆올해 621곳 대상… 신청률은 3.9%

통합환경관리제의 궁극적인 목표는 환경오염 저감이다. 공정 전반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되면 ‘오염 떠돌이’ 현상을 줄일 수 있다.

오염 떠돌이란 배출기준을 올려도 오염물질이 형태만 바뀔 뿐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대기환경 기준이 강화되면 기업은 약품을 써서 그 기준을 맞춘다. 하지만 그 약품은 폐수로 흘러가게 된다. 다시 수질 기준을 높이면 이번에는 오염물을 굳혀 폐기물로 배출한다. 폐기물 배출기준마저 올라가면 은근슬쩍 공기 중으로 비산시킨다.

임창인 한국환경공단 통합심사지원팀 차장은 “앞으로는 투입·산출물의 양과 성분 그리고 공정별, 시설별 관리가 이뤄져 오염 떠돌이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또, 사업장 주변 오염도가 높으면 더 엄격한 배출 기준을 적용받는 ‘사업장 맞춤형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지금까지는 업종·연료에 따라 기준이 일괄적이었다.

유럽연합(EU) 분석에 따르면 통합환경관리제가 도입되면서 시멘트 공장의 경우 질소산화물은 디젤 자동차 9만6000대 배출량과 맞먹는 720t(연간 30% 저감)이 줄었고, 미세먼지는 80%, 이산화질소 65%, 물 사용량은 50%가 줄었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연간 황산화물 94%, 질소산화물 80%, 유해폐기물 75t씩 줄었다.

국내 통합환경관리제 1호 사업장인 GS이앤알도 연료전환과 방지시설 개선으로 초미세먼지(PM2.5)는 38.3%, 중금속 41%, 황산화물 39%씩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 환경담당부서 등을 상대하는 대관 업무가 사실상 주 역할이었던 기업의 환경담당자들도 제 역할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제도 시행 2년이 다 돼 가도록 참여율이 너무 낮다는 게 문제다. 현재 통합환경허가는 단 두 곳이 받았고, 신청한 사업장은 24곳(10월 말)이다. 올해까지 적용대상 사업장은 621곳인데 신청률은 아직 3.9%에 머물러 있다.

인력도 부족하다. 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35일 안에 심사가 끝나야 한다. 그런데 관련 업무를 맡은 인력은 환경부에 4명, 환경공단에 18명뿐이다. 영국은 허가검토 인원만 60명, 독일은 90여명이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

광양제철만 해도 49개 공장 모두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모든 인력이 투입돼도 기한이 빠듯하다.

환경부는 신청서 제출 기업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업종별 실행협의체를 조직하고, 조기 신청을 유도하고자 환경공단에 계획서 작성 지원센터를 임시 운영하고 있다.

한대호 한국환경정책평가원 박사는 “초기에 허가를 받으면(5년 주기에 따라) 금방 또 재검토 받아야하는 부담, 등이 있어 기업 참여가 저조하다”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광양=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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