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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 옆 모텔, 철도시설公과 소송해 이긴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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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27 11:28:32 수정 : 2018-10-27 11:2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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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끊겨 기초생활수급자 돼… 법률구조公 도움으로 승소 운영하던 모텔 옆에 기찻길이 생기는 바람에 손님이 끊겨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전직 숙박업주가 대한법률구조공단 도움으로 손해배상소송에서 재기할 수 있게 됐다.

A씨는 퇴직 후인 2002년 전 재산을 들여 전남지역의 한 모텔을 경매에서 낙찰받아 운영했다. 그런데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04년 10월부터 전라선 순천∼여수간 철도 개량사업에 들어갔다. 하필 A씨가 운영하는 모텔 바로 옆으로 철길이 지나가게 됐다. 모텔과 철길 간의 거리는 겨우 6m에 불과했다. 공사 개시 후 3년이 지난 2007년 11월 철로가 완공되자 당장 하루 70∼80회씩 열차가 운행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직접 관계가 없습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모텔 6m 곁에 철길 뚫려… 소음·진동으로 문 닫아

A씨 모텔은 건물이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열차가 시도 때도 없이 지나가며 생기는 소음과 진동 탓에 손님들이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다”며 발길을 끊었다. 모텔과 철로 사이에 길이 60m, 높이 4.5m의 투명 방음벽이 설치됐으나 무용지물이었다.

결국 A씨는 영업을 포기하고 2013년 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는 열차 운행으로 인한 소음 및 진동 피해를 주장하면서 수리비 1억여원, 장래 수리비 2억5000만원, 영업이익 감소 2억8000만원, 위자료 5000만원 등 합계 7억여원을 청구했다.

문제는 모텔이 사실상 문을 닫으면서 A씨가 수입이 사라진 점이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A씨가 변호사 비용조차 지불할 수 없게 되자 담당 변호사는 사임했고 A씨 소송은 그냥 끝나버릴 처지에 놓였다. A씨가 법원에 소송구조를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법률구조공단 대전지부는 A씨 소송의 난이도와 승소 가능성 등을 고려해 2015년 6월부터 A씨를 돕고 나섰다.

현행 소음·진동관리법 등의 규정에 따르면 소음은 주간 70Leq㏈, 야간 60Leq㏈이다. 진동의 경우 주간이 65㏈, 야간 60㏈이다. 이 기준을 A씨 모텔에 적용해보니 소음은 주간 기준 이하였으나 야간 일부 시간대의 경우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동은 기준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법원 "열차 운행에 따른 피해 인정… 배상해줘야"

이같은 측정 결과를 토대로 1심은 “철도시설공단이 A씨에게 모텔 건물 수리비 37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열차 운행 외에 A씨 모텔 건물에 강제외력을 가할 만한 요인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철도시설공단의 위법행위와 모텔 훼손 등 A씨의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했다.

A씨가 항소하면서 법정공방은 2심으로 옮겨갔다. 29일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전고법 민사2부(부장판사 문광섭)는 배상액을 1심보다 많은 4700여만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조정안을 마련해 원피고 양측 동의를 얻어 조정이 성립했다. 재판부는 조정 결정문에서 “열차 운행으로 인한 소음과 진동은 일반 차량의 그것에 비해 지속성과 강도, 사람이 느끼는 불쾌감 측면에서 더하다”며 “그로 인해 A씨 영업시설의 벽과 창틀에 금이 갔다면 향후 이에 대한 방지시설 조치가 추가로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조정에 따라 철도시설공단은 열차 운행으로 인한 소음 및 진동이 기준치 이하가 되도록 기존에 설치된 방음·방진시설도 보강해주기로 했다.

A씨를 도와 사실상의 승소를 이끌어낸 법률구조공단 대전지부 이기호 변호사는 “숙박업은 주변 환경, 시설에 영향을 크게 받는 특수성이 있음에도 지역경제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구체적 보상 없이 영업권을 침해당하는 경우가 잦다”며 “국민이 법을 잘 몰라 정부나 공공기관 시책에 따라 희생을 감수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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