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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처음 밟은 지구인 ‘위대한 여정’

입력 : 2018-10-27 03:00:00 수정 : 2018-10-26 21: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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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세상 물정 모르는 엔지니어”/ 위업 후 노출 꺼렸던 암스트롱/1969년 우주선 발사 초단위 전달/‘아폴로 프로젝트 날조론’ 일축/
두살 딸 죽음, 6·25 참전도 고백/ 전기 바탕… 최근 영화로도 개봉
제임스 R. 핸슨 지음/이선주 옮김/덴스토리/1만8000원
퍼스트맨-닐 암스트롱의 위대한 여정/제임스 R. 핸슨 지음/이선주 옮김/덴스토리/1만8000원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했다. 1930년 미국 오하이오에서 태어난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사진)은 그 미지의 땅에 첫발을 내딛고 전설이 되었다. 그는 달에 다녀온 후 언론 노출을 극히 꺼렸다. 그렇기에 아폴로 11호 선장인 그를 둘러싸고 ‘아폴로 프로젝트’가 날조됐다는 음모론도 나돌았다. 앨라배마주 오번대학 역사학과의 명예교수 제임스 R 핸슨 박사가 3년여 설득 끝에 전기를 완성, 2002년 출간했다. 앞서 제임스 미치너 등 여러 유명작가가 전기를 쓰고 싶어했지만 암스트롱은 모두 거절했다. 아마도 음모론을 불식시키려는 암스트롱의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이 때문인지 저자는 정확하게 기술하려고 노력했다. 무엇보다도 암스트롱 지휘 아래 아폴로 11호가 지구를 떠나 달에 착륙하고 귀환하는 모든 과정을 초 단위로 기술해 완성도를 높였다. 묘사는 구체적이고 문체는 담담하고 냉철하다. 암스트롱 역시 “달에 착륙한 것처럼 속이는 것이 실제 달 착륙보다 어렵다”는 말로 수많은 조작설을 일축한다.

달에 착륙하기까지 그의 일생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두 살짜리 딸이 뇌종양으로 죽고, 집에 불이 나서 아내, 두 아들과 함께 죽을 뻔한 사건도 겪었다. 달 착륙 훈련을 하던 비행기가 추락해 폭발했을 때 간신히 탈출하기도 했다. 그러한 뛰어난 위기 대처능력, 냉철함은 11호 선장으로 선발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암스트롱은 선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대학 재학 중 해군에 입대, 1951년 8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어느 날 아침 팬서 전투기를 타고 북한 상공을 정찰하던 중 무장하지 않은 인민군들이 야외막사 밖에서 줄지어 아침체조를 하고 있었다. 기관총 사격으로 그들을 모두 죽일 수도 있었지만 그는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사람들을 죽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종전 이후 그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2005년 출간된 이 책을 통해 처음 털어놓았다.

암스트롱은 일생 동안 자신의 정체성을 ‘공학’에서 찾았다. 시험비행 조종사나 우주비행사로 활동하던 시기에도 암스트롱은 자신을 항공 엔지니어라고 생각했다. “나는 세상 물정 모르는 엔지니어이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그런 점에서 달 착륙을 이루어낸 것은 과학이 아니라 공학이었고, 달에 처음 발을 디딘 사람도 과학자가 아니라 엔지니어였다.

저자는 암스트롱 주변인들을 통해 그의 진면목을 전했다. “‘이봐, 내가 달을 처음 밟은 사람이 될 거야!’라면서 떠들썩하게 자랑할 사람이 아니었죠. 닐은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요. ‘너는 남은 일생 동안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으로 지낼 거야’라고 말하면 ‘그렇다면 달을 처음 밟고 싶지 않았다’고 할 사람이죠.”

그의 여동생의 전언이다. “닐이 우주비행사가 되면서 최소한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았다고 확신했다. 어린 딸의 죽음으로 인해 오빠는 더욱 생산적인 일에 자신의 에너지를 쏟으려 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우주 계획에 몸담기 시작했죠.”

최근 국내에 개봉된 영화 ‘퍼스트맨’은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인기를 끌기 시작한 상황에서 원작이 국내에 처음 선을 보였다. 이 책은 달 착륙 50주년을 앞두고 국내 처음 출간된 암스트롱의 전기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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