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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파시즘, 세계평화·정의에 치명적 위협”

입력 : 2018-10-27 03:00:00 수정 : 2018-10-26 20: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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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첫 여성 국무장관 오른 올브라이트/ 개인적 경험·역사적 관점 등 더해 분석/ 러 푸틴·比 두테르테 등 ‘강한 지도자’ 표방/
타인의 권리는 무시… 자신의 욕망 달성/ 北 김정은엔 유일 ‘진성 파시스트’ 표현
매들린 올브라이트 지음/타일러, 김정호 옮김/인간희극/1만6000원
파시즘-A Warning/매들린 올브라이트 지음/타일러, 김정호 옮김/인간희극/1만6000원


“푸틴, 마두로, 에르도안, 오르잔, 두테르테, 그리고 유일하게 진성 파시스트(true Fascist)의 전형인 김정은은 서로 제각각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그들은 투쟁과 희생으로 만들어진 민주적 규범과 그 지지자들을 떼어놓으려고 노력한다. 제멋대로인 이 남자들은 높은 지위를 가능한 한 오랫동안 자신의 욕망을 강요할 수단으로 본다. 그들은 자신들이 대변 및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특정 집단’ 밖의 그 누구와도 협력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공개적으로 표명한다. 그들은 모두 ‘강한 지도자’, 그리고 ‘사람들’의 대변자 역할을 자임한다. 그들은 자신의 지위를 더욱 확장시키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서로를 관찰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공직자이자 여성으로선 처음 미 국무부장관에 오른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현대 ‘파시즘’을 분석한 책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역사적 관점을 곁들여 20세기의 파시즘을 명료하게 분석해낸다. 올브라이트는 파시스트를 이렇게 설명한다.

올브라이트의 대학 시절 모습.
“스스로를 국가 전체, 혹은 집단 전체를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자들이다. 그는 타인의 권리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기꺼이 폭력을 동원한다. 자신이 가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는 2차대전 초기 히틀러의 돌격대가 침략한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혹독한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소련의 체코 침공 직후 탈출해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망명했다. 덴버대학 교수로 취직한 그의 부친은 조부모와 수많은 친척이 히틀러의 유대인 대학살에 희생된 사실을 숨겼다. 유대인이라는 멍에를 지지 않고 평범한 미국인으로 살아가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대인의 피가 흐르는 올브라이트는 결코 평범한 삶을 살지 않았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현대 파시즘은 지금 세계평화와 정의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것. 베를린장벽이 무너졌을 때 전 세계에 감돌았던 민주주의 열기는 이제 후진기어로 역전되고 있다고 한탄한다. 특히 미국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미국의 첫 여성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이 책을 통해 김정일과의 만남을 회고하면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를 상당히 후회했다고 술회했다.
“역사상 자유세계의 옹호자였던 미국은 현재 대중분열을 심화시키고 민주제도를 실컷 조롱하는 대통령에 의해 이끌리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한 가지 이유를 말하자면 바로 도널드 트럼프 때문이다. 만약 파시즘을 거의 치유된 과거의 상처라고 한다면, 트럼프를 백악관에 들여보낸 것은 마치 상처에 댔던 붕대를 벗겨버리고 딱지를 뜯는 것과 같은 행위다.”

그는 세계 각국 지도자에 대한 경고는 섬뜩할 정도로 냉정하다.

“많은 국가에서 정치적인 구심점을 약화시켰고, 이를 틈타 극좌와 극우라는 양극단 세력들이 힘을 부풀리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김정은 같은 현시대 정치지도자들의 전략은 1920년대와 1930년대 파시스트들이 쓰던 전략들을 상당부분 차용하고 있다.”

그는 북한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김정은을 진성 파시스트라고 했다. 북한이 파시즘의 가장 해악적인 요소들을 잔뜩 품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다. 극단적인 민족주의, 중앙집권화된 권력, 인권 유린, 무력 의존성 등이 그것이다. 2000년 방북 당시 김정일에 대한 기억도 되새겼다.

“좀 더 긴장이 풀린 시간 동안에 김정일은 흥미로운 집주인이었다. 분명히 자신감을 전하려 하다가도, 비료와 석탄 부족과 같은 자기 나라의 경제적 어려움을 금방 인정하기도 한다. 그는 국제시사에 관해 잘 알고 있었다. 컴퓨터, 환경문제, 농업에 관해 나와 수월하게 담소를 나눴다. 농업에 관해서 대화할 때, 러시아가 북에게 옥수수를 재배하도록 설득한 것을 비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옥수수는 가축에게만 적합하다는 것이다. 나는 김정일이 만찬에 참석한 일부 군장성들처럼 술을 열심히 마시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심이 되었다. 저녁식사 동안 그는 계속해서 잔을 들어 건배하라는 요구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 실패를 후회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클린턴은 둘 다(북핵과 중동평화) 밀고 나갈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팔레스타인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가 직접 보증을 하고 나섰으므로 성공 확률이 중동에서 조금 더 높다고 결론지었다. 최근에 있었던 내 생일파티에서 클린턴은 나를 한켠으로 데려가 말했다. 아라파트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 보면, 그때 북한으로 갔었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전두환 정권에 대한 기억은 좋지 않았다.

“강경한 반공산주의자 레이건이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 한국의 독재정권은 그 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반체제 자유인사 김대중을 처형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카터의 요청으로 레이건은 국가안보보좌관을 서울로 보내 레이건이 강하게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게 했다. 김대중은 목숨을 구했고 18년 뒤, 그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나서 나는 그를 만나는 기쁨을 누렸다.”

구순이 다 된 올브라이트는 현재 전 세계 여러 대학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책은 인터넷 예약판매 중이며 다음달 15일 출시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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