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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밑 유랑하는 세월호 희생자 대리기사들의 팍팍한 삶의 현장 사회의 다양한 이슈 소설로 그려

입력 : 2018-10-26 03:00:00 수정 : 2018-10-25 20: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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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수 세번째 소설집 ‘언더 더 씨’ 펴 내
세계일보 신춘문예(1994)로 등단한 이래 24년 동안 언론인 겸 소설가로 살아온 강동수(57·사진)씨가 세 번째 소설집 ‘언더 더 씨’(호밀밭)를 펴냈다. 연전에 국제신문 수석논설위원으로 언론인 생활을 마감하고 대학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며 창작에 전념하고 있는 강씨는 이번 소설집에서 성실한 취재력과 사회적 안목을 바탕으로 작금의 공동체를 관통하는 문제들을 정확한 문장과 우수 어린 문체로 전달하고 있다.

표제작 ‘언더 더 씨’는 세월호 참사 때 가라앉은 ‘나’가 바다 밑을 유랑하며 ‘서천 서역’으로 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종합병원 수간호사로 일하는 엄마는 수학여행을 떠나오던 날 철야근무였고, 아빠는 용돈을 전달하러 왔지만 냉정하게 대했다. 식당일을 하는 일흔이 다 된 할머니와 사는 단짝 은수도 바다 밑에서 한동안 같이 흘러 다녔지만, 그 친구마저 잃어버린 ‘나’는 검은 바다를 홀로 떠다니자니 무서운 생각도 든다. ‘그래도 나는 갈 것이다. 불과 물, 그리고 얼음의 도가니를 건너야만 생명을 다시 얻는다면 나는 기꺼이 그곳을 통과할 거다.’

‘운수 좋은 날’은 인력거를 끌던 현진건의 동명 단편 주인공 대신 대리운전을 하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대리기사들의 팍팍한 현장이 생생하게 중계된다. 조선회사에서 정리해고된 ‘나’는 용산 참사에서 사망한 아버지 제사를 지내려면 아내에게 줄 돈이 필요한데, 그날은 다행히도 팁을 받기도 하고 콜이 많아 운수 좋게 평균 일당보다 많이 벌었다. 조선회사 동료들의 투쟁과 용산 참사의 현장이 오버랩되고, 요트를 타고 세계일주를 떠난 동료의 헛헛함이 쓸쓸한 낭만으로 덧칠된다.

‘가족 소풍’ ‘알록달록 빛나는’은 가족공동체의 붕괴를, ‘지음소사이어티 전말기’에서는 예술의 본질적 기능을 탐사한다. 정작 자신은 이혼하고 아이는 아내가 데려간 처지에 다른 싱글맘의 아이 아빠 대행을 하면서 놀이공원에서 놀아주는 역할대행 회사 남자의 ‘가족소풍’은 서글프다. ‘정염’(情炎)이나 ‘치애(痴愛)’에서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아픔을 강동수 버전으로 변주한다. ‘어리석은 사랑’에 가슴 저미는 남자의 한숨. 

“섬광과 같은 짧은 미혹의 순간이 지나면, 삶이란 마법이 풀린 신데렐라의 누더기처럼 통속적이고 누추한 것을. 아니, 지금 이 밤에 천지에 미만해 있는 황사처럼 정처 없고 헛된 것을.”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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