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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죄에 치 떨고 '관대한 법의 잣대'에 화났다 [이슈+]

입력 : 2018-10-23 21:49:40 수정 : 2018-10-23 23: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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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체계 불신·흉악범죄 불안감… 참았던 국민분노 폭발/‘PC방 살인사건’ 청와대 국민청원 100만명 돌파 / 게시판 등장 이래 최다 참여 기록 / 심신미약 이유로 감형 사례 빈번 / 묻지마 살인에 평범한 20대 희생 / 엄벌 촉구하는 비판 여론 들끓어 / 시민들 현장에 꽃다발… 고인 애도 ‘서울 강서구 PC방 아르바이트생 살해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높아지면서 피의자 엄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23일 100만명을 넘어섰다. 청원이 게시된 지 엿새 만으로, 국민청원 게시판이 개설된 이래 최다 기록이다. 사건 현장에는 피해자를 추모하는 시민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법부 양형 체계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흉악범죄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 확산이 높은 관심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PC방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김성수 씨가 22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공주 치료감호소로 가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은 “언제까지 우울증, 정신질환, 심신미약 이런 단어들로 처벌이 약해져야 하느냐”며 피의자 김성수(29) 엄벌을 촉구했다. 앞서 김씨가 경찰에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자 심신미약에 따른 감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청원인은 “나쁜 마음을 먹으면 우울증약을 처방받고도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며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되거나 집행유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개설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관련 청원.
청원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등장한 이래 최다 참여자를 기록했다. 지난 7월 마감한 ‘난민법 폐지·개헌’ 청원에 71만4000여명, 지난해 12월 마감한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에 61만5000여명이 참여했다.

심신미약에 따른 감형이 이번 사건의 주요 쟁점이 된 것은 중죄를 짓고도 감형이 가능한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 탓이다.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 앞 흉기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아르바이트생을 추모하는 공간에 한 시민이 국화와 쪽지를 놓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식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그동안 강력사건을 저지르고서도 법원에서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된 사례가 빈번했다”며 “죄를 짓고도 죗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는 현실에 국민의 누적된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건수 백석대 교수(경찰학)는 “조두순 사례처럼 법원의 양형이 국민이 생각하는 처벌 수위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심신미약 기준을 세분화하고, 심신미약자 사후 관리 기준을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이 ‘묻지마 살인’으로 평범한 20대 청년의 삶을 단번에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사회에 대한 불안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꿈을 가진 20대 초반의 청년이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살해당했다는 점에서 국민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며 “2016년 ‘구의역 사고’처럼 사회적 약자가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희생당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국민적 공분이 최고 행정기관인 청와대로 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 앞 흉기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아르바이트생을 추모하는 공간에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사건이 발생한 강서구 내발산동의 PC방에는 피해자 신모(20)씨 추도 행렬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사건 현장에 편지와 꽃다발을 쌓아 두며 고인을 애도했다. 피해자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한 시민은 편지를 통해 “항상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거기 가셔서 항상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남겼다. 또 다른 시민은 “함께 있는 시간들이 너무 그립다. 사랑한다”고 적었다.

신씨는 지난 14일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김씨가 휘두른 흉기에 얼굴 등을 찔려 숨졌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한 김씨는 현재 충북 공주 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받고 있다. 정신감정을 위해 감호소에 보낸 것에 대한 감정적인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권구성·김청윤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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