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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PC방 살인피의자 부모가 조선족?"…도넘은 조선족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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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23 07:00:00 수정 : 2018-10-23 07: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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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강서 PC방 살인사건 후폭풍 “조선족은 추방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악이다.”

한 네티즌(zero***)이 네이버 기사에 단 댓글이다. 경찰이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피의자는 조선족’이라는 항간의 루머를 부인했음에도 조선족을 향한 혐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사건 이후 조선족 추방 관련 국민청원도 줄을 잇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차별이 소수를 향한 지나친 혐오라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생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김성수. 연합뉴스
◆“조선족 아니라니? 경찰발표 믿을 수 없어”

지난 14일 발생한 ‘서울 강서구 PC방 아르바이트생 피살 사건’은 참혹한 범죄 수법 등으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해당 사건이 알려진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아르바이트생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김성수(29)와 그의 동생이 조선족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김씨와 동생의 게임 아이디가 한자이며, 말투가 어눌하고, 칼을 잔인하게 했다는 점 등이 그 이유였다.

소문이 확산되자 경찰이 나서 해당 사실을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김성수는 한국인이고 그의 부모도 한국인”이라며 “김성수는 조선족과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경찰당국의 이 같은 발표에도 성난 분위기는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한 네티즌(Ji-h****)은 페이스북에 “부모가 귀화한 조선족이면 한국인으로 나온다”고 의혹을 거두지 않았다. 또 다른 네티즌(hand****)은 “(김씨의) 초중고 동창들 안 나오면 조선족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조선족 추방 관련 청원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조선족 비자 발급을 중단해주세요’라는 청원을 올린 글쓴이는 “조선족이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흉악범죄를 일으켰다는 건 누구나 다들 잘 알 것”이라며 정부의 비자 발급 중단을 요구했다.

영화 '범죄도시' 스틸 컷
◆‘강력범죄=조선족’ 이미지...범죄율은 한국인보다 낮아

이 같은 국민 정서는 최근 몇 년간 발생한 조선족의 강력-흉악 범죄에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2년에는 조선족 오원춘, 2014년에는 조선족 박춘봉이 각각 여성을 토막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대림역 인근 골목에서 조선족 황모씨가 또 다른 조선족을 살해하기도 했다.

미디어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범죄도시> <황해> <신세계> <청년경찰> 등 영화 속 조선족의 모습은 폭력조직배-살인청부업자-장기매매업자 등 주로 악역이다.

하지만 실제 조선족의 범죄율은 내국인보다 낮은 수준이다. 형사정책연구원에서 2016년 12월 발행한 논문 <외국인 폭력 범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체류 외국인의 범죄율은 내국인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지난 2016년 국정감사 당시 경찰청이 제출한 통계자료를 보면 조선족을 포함한 국내 거주 중국인 전체의 범죄율은 외국인 중 평균 수준이다. 중국인 범죄율(10만명당 범죄자 검거 건수는 2220명)도 한국인(10만명당 3495명)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낮다.

페이스북 캡처
◆“도 넘었다” 일부에선 각성의 목소리도

혐오가 극으로 치닫는 분위기에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네티즌들도 있다. 한 네티즌(김상*)은 네이버 기사 댓글에 “뭘 또 가만히 있는 조선족한테 씌우고 그러는 건지. 순수혈통이 아닌 한국인이 얼마나 더러운 꼴을 보며 살고 있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Jeon****)은 페이스북에 “‘그냥 조선족들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족들이 우리 부녀자들을 욕보이고 있다’고 선동을 해라. 1923년 조선인학살은 2018년 대한민국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고 꼬집기도 했다.

사건이 일어난 강서구 PC방 앞에 고인을 추모하는 꽃다발과 편지가 놓여있다.  김경호 기자
조영관 이주민센터 ‘친구’ 사무국장(변호사)은 최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실제 조선족(중국동포)은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들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허구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한 조선족들에 대한 거부감·공포감을 없애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거나 이런 루머가 확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설립 이전에 역사적 이유로 해외에 이주했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고자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폭넓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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