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일부 모델이 호령하던 이 시장에 국산·수입차 업계가 오는 연말과 내년 초에 플래그십(기함) 모델을 선보인다. 대형 SUV는 한때 ‘덩치만 크고 기름 많이 잡아먹는 차’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연비를 개선하는 첨단 기술과 SUV의 열풍이 맞물리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BMW그룹은 X라인업을 완성하는 새 모델, ‘뉴 X7’을 공개했다. 공개 이전부터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지만, 요란했던 외신 보도와 달리 국내에선 관련 소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BMW코리아는 화재 사고로 인한 대규모 리콜 사태로 자숙하자는 분위기와 함께 리콜 완료에 몰입 중이어서 여력도 없었다고 한다.
BMW ‘뉴 X7’ |
쌍용차 ‘G4 렉스턴’ |
아우디 ‘Q8’ |
올해 공개된 ‘더 뉴 G클래스’는 1979년 출시 이후 39년간 지켜온 각진 외관, 문을 닫을 때 ‘철컥’ 하는 특유의 소리, 뒷문 노출형 스페어 타이어 등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인테리어와 드라이빙 퍼포먼스, 핸들링, 첨단 안전·편의 기능 등은 대폭 개선됐다. 정통 오프로더이면서도 도로 주행 성능을 극대화한 AMG G63 모델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벤츠 측은 기대하고 있다. 올가을 예정이던 국내 출시는 내년 초로 미뤄졌다. ‘더 뉴 GLS’ 역시 전장 5130㎜, 전폭 1980㎜, 전고 1880㎜의 압도적 외관, 안전성, 안락함을 제공하는 럭셔리 패밀리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GLS’ |
초대형 SUV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도 국내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 신형 4세대 에스컬레이드는 더욱 웅장해진 외관과 함께 6.2L 8기통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넉넉한 가속 성능을 발휘한다. 정속 주행 시 자동으로 4개 실린더를 비활성화하는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 등 첨단 연료 효율 기술은 ‘기름 먹는 하마’란 악명을 떨쳐낸다. 작년 5월 출시해 134대를 판매한 데 이어 올해는 9월까지 178대를 판매하며 33% 성장했다.
국내 업체들도 속속 새 모델을 내놓는다. 현대차는 12월쯤 ‘펠리세이드’란 명칭(예상)으로 대형 SUV를 출시한다. 2015년 베라크루즈를 단종한 지 3년 만이다.
한국지엠은 내년 상반기에 전장 5m 이상인 ‘트래버스’ 출시를 목표로 미국 본사와 협의 중이다. 북미 시장에 판매 중인 일부 물량을 수입하려는 것이다.
국산 대형 SUV의 강자인 쌍용차는 8월에 ‘G4 렉스턴’을 새롭게 다듬은 2019년형을 선보였고, 기아차 ‘모하비’도 이달 초 2019년형을 출시했다. 내수시장에서 대형 SUV 비중은 올해 1∼9월 누적 기준으로 약 2%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캠핑 등 가족 단위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층이 점차 늘고 있다”며 “어쩔 수 없이 중형 SUV를 선택하는 고객 중 대형 SUV에 대한 수요가 상당수 있어 앞으로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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