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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효과없어 단축해야” vs “투자자·기업 고려 신중을”

입력 : 2018-10-21 20:48:22 수정 : 2018-10-21 20: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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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당국 ‘증시 거래시간’ 논란 / 朴정부 때 ‘거래 활성화’ 이유 30분 연장 / 거래대금, 연장 이후 되레 3%나 감소 / 금융당국 내세운 연장 이유 무색해져 / 증권노조측 “주변국 증시보다 더 길어 / 근무강도만 강화… 원래대로 줄여달라” / 당국 ‘종가정보 제공시간 단축’ 제시
지난 8일 주요 증권사들이 한국거래소의 청산, 결제 마감이 늦어짐에 따라 코스피200 선물·옵션 야간시장 개장이 지연될 수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안내했다. 야간 선물옵션 시장은 오후 6시에 개장해 다음날 오전 5시까지 거래된다. 이날 업무가 지연될 것을 우려한 한국거래소의 선조치에 따른 것이었으나 다행히 실제 개장이 지연되지는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데이터 작업 시간이 빠듯한데 증시 마감이 늦춰지면서 시간이 더 부족해진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가 지난 9월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증권거래시간 단축 및 통일임단투 승리 서울·수도권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무금융노조 제공
◆거래시간 늘어난 30분, 다시 원상 복구될까

주52시간 근무제 시행과 맞물려 증권가에서는 거래시간 원상복구 요구가 거세다. 사무금융서비스노조 증권업종본부는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여러 차례 집회를 열고 2년 전 30분 연장된 거래시간을 원래대로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6년 8월 증시 마감시간을 종전 오후 3시에서 30분을 연장했다. 당초 증시 유동성을 늘리고 거래를 활성화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21일 거래소에 따르면 거래대금은 거래시간 연장 전 1년간 2168조3000억원에서 연장 이후 2105조6000억원으로 3% 가까이 감소했다. 당초 금융당국이 내세운 이유가 무색해진 셈이다.

거래시간 연장으로 지수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은 거래가 증가해 오히려 일반 투자자의 혼란만 커졌다는 비판도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거래시간 연장 이전 24개월 동안 주가지수선물과 옵션의 거래량은 각각 316만9500건, 3722만6000여건이었다. 하지만 연장 이후 24개월간은 선물 402만여건, 옵션 4342만여건으로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 거래시간 확대로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등은 공매도, 파생상품 거래 등 투기성 거래로 기회가 오히려 늘어났다는 지적이다.

김호열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은 “증시 활성화를 위해 거래시간을 늘렸으나 오히려 거래량이 감소했고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라 기업에 추가 임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코스피 거래량은 12.9% 감소했다. 코스닥은 소폭 상승했으나 지난해 지수가 25% 상승한 가운데 거래량이 증가해 거래시간 연장의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2016년 실시한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노동강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6%가 시간 외 근무가 늘었고, 1시간 이상 시간 외 노동이 늘어났다는 응답도 48.4%에 달했다. 근무 강도가 강화됐다는 응답도 62.8%에 달했고 특히 지점 영업직의 경우 73.4%가 근무강도가 강화됐다고 호소했다. 설문에는 14개 증권사 2377명이 참여했다.

노조는 주변국 증시보다 오히려 거래시간이 길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하루 6시간 30분간 거래가 이뤄지는 데 반해 중국은 하루 4시간, 일본 5시간, 인도 5시간30분 등 주변국들이 한국보다 짧은 거래시간을 유지하면서도 아시아 주요 증시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주52시간제 맞춰 합리적인 대안 찾아야

국회에서도 거래시간 원상 복구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거래소가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의뢰한 조사 결과 “일본 동경거래소, 독일거래소 등의 사례를 봐도 거래시간을 늘린다고 거래량 증가나 증시 활성화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증권업계에서 6시 이후 퇴근하는 노동자들이 54.2%로 과반이 넘고, 시간외수당을 못 받고 있는 노동자들도 70.7%에 달한다”고 말했다.

거래소와 금융당국은 시행 2년밖에 되지 않은 거래시간 연장을 다시 되돌리는 일에 신중한 입장이다. 우선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종가정보 제공시간을 22일부터 1시간10분 앞당기고 시간외시장 거래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지원 거래소 이사장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권업계 종사자의 업무부담 완화에는 공감하지만 시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증권업계 근로자도 중요하지만 투자자와 기업 등 모든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을 고려해야 한다”며 “시행 2년밖에 되지 않아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업계 근로자의 업무부담 완화 필요성은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장 종료 후 종가 정보 분배시간 단축 등의 논의를 업계와 금융위원회와 논의해서 추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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