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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주 예멘인 난민 인정 0… 역지사지 자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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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17 23:42:28 수정 : 2018-10-17 23: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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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주에 입국해 난민 신청한 예멘인 중 아무도 난민 지위를 부여받지 못했다.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어제 예멘인 458명에 대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심사 결과 339명은 국내 인도적 체류가 허가됐고 34명은 단순 불인정, 85명은 보류 결정됐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예멘인은 없었다. 올 들어 제주에서 난민 신청한 예멘인은 모두 481명인데 이 중 3명은 중도에서 신청을 포기했고 유아 동반 가족, 부상자 등 23명은 지난달에 인도적 체류 허가 결정이 내려졌다.

인도적 체류 허가는 난민법상 난민 인정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하지만 강제 추방할 경우 생명·신체에 위협을 받을 위험이 있어 인도적 차원에서 임시로 체류를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으면 1년간 우리나라에 머물 수 있으며, 제주도 출도 제한조치도 해제된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예멘인에 대한 인도주의적 보호를 제공할 것을 각국에 권고하고 있다.

당국의 어제 결정을 놓고 난민 찬반 단체의 입장은 극명히 엇갈렸다. 난민 인권네트워크 및 제주 난민 인권을 위한 범국민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0%의 난민 인정률은 현행 난민 제도의 존재 이유를 되묻게 한다”고 반발했다. 반면 반대단체인 ‘난민대책 국민행동’은 성명에서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예멘인들을 즉각 송환하라고 촉구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인도적 체류 허가에 반대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난민 문제는 민감한 사안으로 어느 쪽의 주장도 전적으로 틀렸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난민을 잠재적 범죄인으로 보는 편견은 문명국가의 구성원에게 걸맞은 덕목이 아니다. 한국은 1991년 유엔 난민지위 협약에 가입했고, 2013년에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난민법을 제정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은 국제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친다.

난민 문제는 ‘역지사지’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반세기 전까지 대량으로 난민을 배출해 온 나라였다. 식민 지배와 전쟁·분단을 거치며 많은 이가 타국에 몸을 의탁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국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인 경제대국이 됐다. 난민 문제는 어느 나라도 외면하기 어려운 지구촌 공통의 과제가 됐다. 우리도 난민 혐오를 걷어내고 넓은 아량으로 포용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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