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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 악화일로 고용위기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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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16 21:59:24 수정 : 2018-10-16 21:5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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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공기업, 단기 일자리 만들기 급급 / 민간 투자 불 지펴 고용정책 새판 짜야 고용 관련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취업자 증가 폭은 10만명대 이하로 떨어진 후 8개월째 머물러 있고, 실업자 수는 9개월째 100만명을 넘어섰다. 실업률은 9월 기준으로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인 3.6%를 기록했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청년층 취업 문제에 더해 경제활동 중심축인 30대와 40대의 일자리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실업자로 분류되지는 않는 주당 36시간 미만 근로자 수가 44만명 늘어났고, 주당 17시간 이하 초단시간 근로자도 16만4000명이 늘어 고용의 질마저 떨어졌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위기에도 구조적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고용 관련 지표 개선에만 연연해 정규직 전환 정책과의 모순을 불사하고 임시직 단기 일자리를 만드는 처방 내놓기에 급급한 정부가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청와대의 으름장과 독촉에 정부 부처, 공공기관, 공기업은 일자리 숫자 늘리기에 분주해졌다. 한국철도공사는 승객 짐 들어주고 안내하는 일자리, 한국토지공사는 ‘신혼부부 전세 임대주택’ 당첨자가 전셋집을 찾는 일을 도와주는 일자리,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주변 청소하고 잡초 뽑는 일자리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냈다. 숫자로 실적을 내려다보니 국감자료에서 한국도로공사가 일자리를 뻥튀기해 정부에 허위 보고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연강흠 연세대 교수·경영학

일자리 만들기에 나랏돈을 쓰기는 공적 연기금도 마찬가지다. 관광기금은 외국어 안내판과 메뉴판을 찾아내 오류를 고치거나 불법 숙박업소를 단속하는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체육기금은 체육지도자 채용을 확대하고, 복권기금은 도박중독 예방 및 금융교육 실시 사업으로 일자리를 만들 계획을 내놓았다. 공기업도 고압선 지하 매설, 농협·수협을 통한 과일과 고랭지 채소 수확, 어항 내 환경 정화·정비 작업 등을 계획하고 있다. 불필요한 민원 상담 및 안내 직원이나 주차장 관리 직원을 늘려 업무와 무관한 일자리도 억지로 만들어내고 있다.

공공사업을 통한 한시적 공공 일자리는 일시적으로 고용지표를 개선할지는 몰라도 생산성 향상이 수반되지 않아 고용 문제를 구조적으로 개선하지 못한다. 공공자금의 비효율적 사용은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해치고, 과다한 재정 투입은 국민과 기업의 조세 부담을 늘려 민간 부문의 투자와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이 뒤따른다.

대한상의가 전국 2200여 개 제조업체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4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는 75를 기록해 전분기보다 12포인트나 추락했다고 한다. 민간의 투자심리에 불을 지펴 사업 확장과 신규투자가 이루어지도록 판을 새로 짜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산업 공동화와 고용절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6배 많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두 배나 많은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경제성장률은 더 높고 실업률이 더 낮은 것은 정상이 아니다. 지난 9월에는 미국의 계절조정 실업률이 3.7%로 떨어져 우리나라의 4%보다 낮아졌다. 미국 내 법인세를 낮추어 투자를 유인하고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불사하며 미국 내 공장 유치를 유도해 얻은 성과이다. 인구가 우리나라보다 2.5배 많은 일본도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2%대의 낮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을 불신하고 기업을 적대시해서는 고용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시장에서 자본이 스스로 움직여 일자리를 만들도록 고용정책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다 시장을 왜곡시키고 회복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 나라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이제라도 추세에 역행하는 최고세율 인상,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획일적인 주당 52시간 근무, 무리한 정규직 전환 등 고비용 구조로 만드는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민간투자를 살려야 한다. 정부는 창의와 혁신을 이루는 시장과 기업의 힘을 믿고 맡겨야 한다. 기업이 국내에 일자리를 만드는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없애고 기업 친화적 분위기만 조성해도 시장과 기업은 알아서 투자 활성화와 혁신성장을 이루고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연강흠 연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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