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달라진 한국축구는 이런 우루과이 앞에서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90분 내내 ‘우리의 축구’를 펼쳤고 결국 승리까지 잡아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은 이날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황의조(26), 정우영(29)이 골을 터뜨리며 2-1로 승리했다. 한국이 우루과이에 거둔 첫 승리다.
이번 평가전 소집 명단을 발표하며 벤투 감독은 “토대를 유지해야 정체성을 만들 수 있다”고 밝힌바 있다. 지난 9월 평가전에서 시도했던 후방빌드업과 과감한 전진패스 중심의 축구를 흔들림없이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선발 라인업도 골키퍼와 지동원, 이재성 등 부상선수를 제외하고는 지난 9월 파나마, 칠레전과 대소동이하게 꾸렸다.
이렇게 한 달 만에 다시 가동된 벤투 축구는 조금 더 정교해지고, 조금 더 탄탄해졌다. 기성용(29), 정우영이 포백라인까지 내려와 후방빌드업을 펼치며 차근차근 상대 중원을 뚫고 전진을 해나갔고 이를 통해 좋은 기회를 여러 번 만들었다. 결국, 이는 두 번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첫 골은 후반 21분 나왔다. 손흥민(26), 남태희(27)를 거친 패스가 황의조에게 이어졌고, 황의조가 세바스티안 코아테스와 문전 경합 중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왼쪽 골문을 노리고 강하게 찬 공이 골키퍼 페르난도 무슬레라에 막혔지만 페널티킥을 얻어낸 황의조가 튀어나온 공을 침착하게 인사이드 슈팅으로 차 넣어 골로 만들어냈다. 2015년 10월13일 자메이카전 이후 3년 만에 A매치에서 터진 황의조의 골이었다.
한국은 후반 28분 마티아스 베시노에게 동점골을 내줬지만 후반 33분 또 한번 골을 만들며 다시 달아났다. 왼쪽 코너킥 기회에서 손흥민이 크로스를 올려주자 석현준(27)이 헤딩으로 공을 떨어뜨렸고, 오른쪽 골대 앞으로 파고든 정우영이 왼발로 마무리하면서 우루과이의 골망을 흔들었다. 두 번의 득점 모두 찰나의 기회를 놓치지 않은 집중력이 빛나는 골이었다.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한층 탄탄해졌다. 역습 상황에서 빠르게 수비조직을 정비해나가며 상대 공격수들의 전진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결국 세계적 스트라이커인 에딘손 카바니와 지난해 라 리가 득점 상위권에 포진한 크리스티안 스투아니, 막시밀리아노 고메즈 등을 상대로 1점만을 내주는 효율적 수비를 해냈다.
벤투 감독도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상당부분을 우리가 컨트롤한 경기였다”면서 “무엇보다 우루과이는 경험이 많고 조직이 잘된 좋은 선수들이 많은 팀이다. 이런 팀을 상대로 이겨 더욱 값지다”고 평가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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