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는 이 사건 발생 다음 날 국가안전기획부장, 법무부 장관, 내무부 장관, 치안본부장, 검찰총장 등이 참석한 ‘관계기관대책회의’가 열렸고, 이후 치안본부가 수사를 담당하게 됐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검찰이 정권 안정이라는 정치적 고려를 우선해 치안본부에 사건을 축소조작할 기회를 줬고, 치안본부 간부들의 범인도피 행위를 의도적으로 방조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사건 발생 초기 검찰이 치안본부의 조작·은폐 시도를 막고 부검을 지휘해 사인이 물고문으로 인한 질식사임을 밝혀낸 점은 높게 평가했다.
한편 과거사위는 이날 고 김근태 전 의원 ‘고문 은폐 사건’ 수사에서도 검찰의 중대 과오가 인정된다고 보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 등을 권고했다.
김근태 고문 은폐 사건은 1985년 9월 국가보안법 등 위반 혐의로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23일간 강제 감금·고문을 당한 김 전 의원이 검찰에서 고문 사실을 폭로하고 수사를 요구했으나 묵살했다는 의혹이다. 과거사위는 검찰이 고문 사실을 충분히 인지했으나 안기부와 짜고 은폐했고, 고문 경찰관에 대한 고소·고발을 무혐의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검찰은 국민과 피해 당사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정보기관이 안보사범 등에 대한 검찰 수사 내용을 통보받거나 사건에 관여할수 있도록 한 대통령령에 대해서도 폐지를 주문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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