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데스크의눈]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

관련이슈 데스크의 눈

입력 : 2018-10-09 21:21:51 수정 : 2018-10-09 21:21:5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MDL 10∼40㎞ 공중 정찰 중단/軍내부 과한 양보·무장해제 논란/안보는 늘 최악 상황 염두에 둬야/정부는 軍의 우려 간과해선 안돼 어느 나라 군대든 군은 보수(保守)를 기치로 내건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집단이기에 당연한 귀결이다.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의 상흔과 분단의 현실을 간직한 대한민국 국군은 아마 숙명일 게다.

최근 이러한 국군의 존재 이유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19일 평양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의 충격파 때문이다.

박병진 외교안보부장
합의서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으로 지상·해상·공중에서 남북 간 적대행위 중단 구역을 설정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사실상 남북 간 불가침 선언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비핵화 완성에 앞서 남북이 실질적인 종전선언을 한 것으로 보는 이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합의가 수십년간 대치국면을 이어온 남북한 군의 속사정을 올곧게 들여다보고 내린 결정인지는 의문이다. 합의 과정에 군 작전을 다뤄본 인사가 얼마나 참여했으며, 의견을 개진했는지도 궁금하다. 정치적 판단으로 다소 성급한 결정을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10∼40㎞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공중 정찰 활동을 중단키로 한 것에 우려를 표시한다. 전투기·정찰기의 경우 동부전선은 MDL에서 40㎞, 서부전선은 20㎞ 이내가 해당된다. 앞으로 이 구역에선 항공기의 공대지미사일 사격 등 실사격을 동반한 전술훈련과 공중 정찰 활동이 일체 금지된다. 현행 비행금지구역은 MDL에서 9㎞로 설정돼 있다. DMZ 일대를 감시하는 전술 정찰기와 중·대형 무인기 전력은 한·미 양국이 북한군에 압도적 우위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항공유 부족 등으로 전술훈련과 공중 정찰이 극도로 약화된 상태다. 남북이 서로 동일한 구역을 정했더라도 불공정 합의 내지는 턱없는 양보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MDL 인근에 전진 배치된 북한 장사정포 감시 공백도 부인하기 어렵다. 합참 작전본부장을 지낸 신원식 예비역 중장은 “갱도 진지 안에 들어 있는 북 장사정포 감시는 무인정찰기에 의존하는데 앞으로 제대로 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군 내부에서는 이런 군사분야 합의서를 놓고 우리 군 스스로 무장해제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그럼에도 대놓고 반발하는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는다. 기껏해야 신 예비역 중장이 합의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낸 정도다.

이런 태도를 보이는 군인들을 시대착오적이라고 나무랄 수 없다. 외교가 희망을 그리며 국가 전략을 수립한다면, 군은 늘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며 안보를 떠맡아왔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북한의 기만전술에 당해왔던 악몽을 떨치기 쉽지 않은 것도 배경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우리 군은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북한 지도부와 핵심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킬체인 등 전력 강화에 매진해 오지 않았던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추진으로 이전 군이 내걸었던 노선을 일거에 폐기처분하고 쓰레기통에 갖다 버리라고 하기에는 아직 그들이 바라보는 군사적 관점은 공고하다. 지난 5일 박한기 합참의장 후보자의 발언은 그 연장선상일 수 있겠다. 박 후보자는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합참의장 인사청문회에서 ‘대한민국의 현존하는 가장 큰 위협, 가능성 큰 적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자유한국당 황영철 의원의 질의에 “우리의 현존하는 적은,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분명한 적인 북한”이라고 답변했다.

현재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남북 간 군축(軍縮)은 ‘한반도 공동 안보론’에 맥이 닿아 있어 보인다. 이미 1990년대부터 제기돼온 학술적 관점으로 남북 간 ‘점진적 긴장완화 전략’이기도 하다. 힘이 센 쪽에서 유화 제스처를 취해 힘이 약한 쪽을 따라오게 만드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중요한 단서가 붙는다. 언제든지 상대방의 급소를 칠 수 있는 전력의 확보, 즉 비장의 카드가 있다는 점을 상대방이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이다. 그래야만 군을 끌어안고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이란 현 정부의 꿈을 완성할 수 있다.

박병진 외교안보부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