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의 나이에 망막 이상으로 오른쪽 시력을 잃은 김지연은 그 후 몇 년 뒤 다른 쪽 눈도 빛을 잃었다. 누구보다 활달한 성격을 자랑하던 그는 희귀병으로 장애인이 되자 두문불출했다. 스스로를 어둠 속에 가뒀던 그는 2006년 장애인복지관에서 우연히 텐덤 사이클을 접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사이클을 타는 건 위험천만한 법이다. 그러나 김지연은 비장애인 파일럿과 함께 2인1조로 달리는 텐덤 사이클을 통해 두려움을 잊는 법을 배웠고, 국내 무대를 평정하며 제주도의 유명인사로 거듭났다. 2016년에는 누구보다 합이 잘 맞는 파일럿 노효성을 만나 특유의 폭발적인 스퍼트를 발휘하게 됐다.
텐덤 사이클 김지연(오른쪽)이 8일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의 첫 금을 딴 뒤 노효성 파일럿과 미소짓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제공 |
한국의 메달 기대주들이 아시안게임을 숱하게 거친 베테랑인데 비해 김지연과 파일럿 노효성은 이번이 아시안게임 첫 출전이다. 김지연은 “긴장도 되고 잘해낼 수 있을지 두려움도 크다.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해 왔다. 큰 기대를 걸지 않았지만 자신의 발끝으로 뜻밖의 낭보를 전하면서 김지연의 사이클 인생에는 꽃길이 제대로 깔렸다.
안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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