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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영화를 보는 어떤 방법 – 작가주의에 대하여

입력 : 2018-10-06 14:00:00 수정 : 2018-10-05 16: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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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_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
지난 4일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주로 작은 영화제들을 소개했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서는 ‘다이빙벨’(감독 이상호, 안해룡, 2014) 과 관련해 다룬 적이 있었고. 
 
오늘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하는 국내외 스타들의 레드카펫 사진들을 보며 문득 떠오른 것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근사하게 말해보자면 ‘작가주의적 영화 보기 방법’에 대해서.

영화제 개막 소식을 접하며 영화를 ‘작가’ 즉 ‘만든 사람’을 기준으로 바라보는 작가주의가 떠오른 이유는 영화제라는 행사가 바로 다양한 영화와 더불어 영화를 만든 영화인들과 관객들이 함께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작가’ 중심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1950년대 중반은 되어야 등장했다. 이때 특히 주목한 작가는 바로 영화감독이었는데, 소설이나 회화 등과는 달리 여러 사람들이 참여하는 공동 제작 시스템 내에서 영화감독을 그 완성품의 만든 사람, 즉 작가로 본다는 것은 새로운 영화 보기 방식이었다. 

요즘이야 영화를 보며 ‘감독의 의도가 무얼까?’를 궁금해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지만, 그때만 해도 감독은 제작자나 스타배우, 스타작가에 비해 덜 중요하게 여겨졌기 때문에, 영화를 보며 감독의 의도를 떠올리는 영화 보기 방법은 낯선 일이었다.

영화가 탄생한지 반백년을 막 넘겼고, 장편극영화가 대세가 된지는 약 30년, 유성영화가 대세가 된지는 이제 20년이 되어가던 1950년대 당시 칼라영화가 대세가 되어가고 중이었고, TV의 대중화로 영화 관객 수가 줄면서 영화계에 위기감도 증가 중이었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전후 10년이 채 안된 상황에서 미국영화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 정부의 여러 자국영화 지원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때 프랑스 젊은 영화 평론가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영화 평가 방법도 거론된다. 바로 영화감독을 중심에 놓고 분석하고 평가하는 방법이었다. 영화감독이 담당하는 업무가 영화 제작 과정 특히 영화 작품 자체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전제가 깔린 주장이었다.

이는 영화감독이 지녀야하는 태도이기도 해서, 감독을 중심으로 한 영화제작이 프랑스 영화를 살리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실제로 감독 중심의 작가주의를 주장하던 젊은 평론가들 중 프랑소와 트뤼포, 장뤽 고다르 등은 감독으로 데뷔하기도 했다. 

특히 상업영화 제작 시스템 내에서 활동하는 영화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여겼다. 이미 정해진 제작 방식대로 여러 테크닉을 잘 사용하며 다른 스탭들을 통솔하는 현장 감독 정도의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 상황에서 영화감독의 역할을 강조하는 ‘작가주의’적 입장은 기존의 수많은 상업영화 감독들 중 ‘작가’를 찾아내는 것에 한동안 집중한다. 그동안 무시되어 왔던 상업영화 감독들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된 셈인데, 비록 상업영화 제작 시스템 내에서 활동했지만,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콘티를 짜며, 촬영 현장을 지휘하면서 자신의 세계관과 영상적 개성을 일관적으로 드러낸 감독을 훌륭한 감독 즉 ‘작가’로 평가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_히치콕트뤼포_(감독 켄트 존스, 2015) 포스터, 출처=네이버영화
오늘날 거장으로 인식되는 여러 감독 중에는 이 시기 작가로 분류되며 재평가 감독들이 꽤 된다. 예를 들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1950년대 이미 스릴러 영화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고, 본인의 TV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인기인이었지만, 영화를 만드는 작가, 예술가라는 인식보다는 엔터테이너로 여겨지는 유명인이었다. 영국과 미국, 그리고 여러 대형 영화사에서 제작된 영화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지속적으로 드러내왔기에 재평가 대상이 된 것이었다.

영화감독을 작가로 명명하는 작가주의적 입장은 이후 서서히 감독 이외의 여러 인력들을 중심으로 영화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확대되었고, 감독과 타 인력들과의 협업을 강조하는 입장도 추가되었다. 또한 영화제작에 참여한 인력들과 관객들이 살고 있는 사회 문화적 배경을 함께 논의하는 입장도 추가된다.

오늘날 많은 관객들에게 이미 익숙한 영화 보기 방법 즉 영화를 보면서 영화감독뿐만 배우나 음악감독, 미술감독 등 여러 영화 인력들을 궁금해 하고, 그들의 이전 작품들, 그들의 인터뷰 등등을 참고하면 영화를 보는 방법이 바로 ‘작가주의’적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영화제는 기본적으로 영화제의 특성이나 의도에 따라 섹션별로 선정한 영화들을 상영하고, 그중 심사를 통해 수상작들을 선정하기도 한다. 영화 상영 후에는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기도 하고, 아예 따로 영화인과 관객들이 인사하고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또 영화제에 따라서는 필름 마켓을 열거나, 학술 발표, 전시회, 특정 영화인에 대한 회고전 등 다양한 행사도 준비한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뷰티풀 데이즈>(감독 윤재호, 2017), <버닝>(감독 이창동, 2018), <허스토리>(감독 민규동, 2017) 의 감독과 배우들이 함께하는 오픈토크와 이장호 감독, 홍콩 배우이자 제작자인 서풍, 일본 음악감독 사카모토 류이치 등의 핸드프린팅, 중국 감독 장률과 홍콩 감독 원화평의 마스터클래스 등 다양한 만남의 장이 마련된다고 하니, 혹 참여 가능한 분들은 영화 보기와 더불어 영화 만든 사람들 만나보는 것을 어떨까? 

영화를 만든 사람과 즐기는 사람의 만남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개봉관과 영화제 등 다양한 곳에서 가능하다. 늘 하는 애기지만 그 다양한 방법을 골고루 누려보길 바란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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