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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지도자들과 유머감각의 함수관계

입력 : 2018-10-06 03:00:00 수정 : 2018-10-05 19: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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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돌 前상원의원 美대통령 위트 분석 / 통치력에 버금가는 요소로 유머 꼽아 / 최상위에 링컨·레이건·루스벨트 선정 /“상위권, 효율적 지도자 평가 우연 아냐” / 세계서 가장 스트레스 많은 대통령에 / 웃음은 감정적인 안전밸브 역할 강조
밥 돌 지음/김병찬 옮김/아테네/2만원
위대한 대통령의 위트 -조지 워싱턴에서 조지 W 부시까지/밥 돌 지음/김병찬 옮김/아테네/2만원


#위대한 소통의 사나이 로널드 레이건마저도 그 능력이 통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레이건이 멕시코시티에서 연설할 때였다. 멕시코의 저명인사들이 대거 청중으로 운집한 자리였다. 연설을 마친 후 레이건은 ‘맥없이 드문드문’ 이어지는 박수소리를 들으며 자리에 앉았다. 다음 연사인 멕시코정부 인사가 스페인어로 군중들에게 연설했다. 연설은 박수와 웃음으로 잇달아 중단되곤 했다. 그럴수록 레이건의 부끄러움은 더해갔다. 레이건은 창피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박수 치는 데 동참했다. 주멕시코 미국대사가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제가 대통령님이라면 박수 치지 않겠습니다. 연사가 지금 대통령님의 연설을 통역하고 있습니다.”

#링컨은 천성적으로 풍자에 재능이 있었고, 그걸 통제할 줄 알았다. 그렇지만 부지불식간에 그런 재능이 밖으로 튀어나오곤 했다. 링컨이 장광설을 늘어놓는 한 연사를 촌평했다. “그는 내가 만난 사람 중에서, 가장 간단한 생각을 말하는 데 가장 많은 단어를 욱여넣습니다.”

밥 돌 전 상원의원이 엄선한 미국 대통령들의 유쾌한 발언과 위트를 망라한 책을 냈다. 밥 돌은 미국 현대 정치사의 산증인이다. 미 상원 역사상 최장수 공화당 원내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1976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후보자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됐고, 1996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서, 민주당 후보 빌 클린턴과 경쟁했던 중량급 정치인이다. 
링컨(왼쪽부터), 레이건, 루스벨트

밥 돌은 표정변화 없는 유머로 유명하다. 그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부터 21세기의 첫 대통령 조지 W 부시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의 일화 중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선별했다. ‘가장 재미있는 대통령(에이브러햄 링컨)’부터 ‘농담거리 신세(밀러드 필모어)’까지 정했다. 이어 다른 대통령들을 그 사이에 배열하는 식으로 유머등급을 정했다. 책에서 그는 “유머 순위에서 상위 그룹에 속한 대통령들이 일반적인 기준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지도자로 평가되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대통령의 리더십에는 통치력(backbone)에 버금가는 요소로 유머 감각(funny bone)이 요구된다. 가장 성공적이었던 최고 지도자들은 분명히 이 두 가지를 모두 과시했다. 그중 한 사람이 프랭클린 D 루스벨트다. 밥 돌은 “미국 국민 대부분은 두 가지 위대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바로 유머 감각과 균형 감각”이라고 했다. 위대한 지도자들은 재기 넘치는 웃음을 구사할 뿐 아니라, 그들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 줄도 안다.

최상위에 에이브러햄 링컨, 로널드 레이건, 그리고 두 루스벨트가 꼽혔다. 세계에서 가장 스트레스가 많은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웃음은 감정적인 안전밸브라는 것이 밥 돌의 지론이다. 링컨은 전쟁으로 만신창이가 된 암흑기에도 “나는 울면 안 되기 때문에 웃는다”고 했다. 밥 돌은 “대통령을 유머리스트로 재단한다면 기존의 전통적 평가 방식과 크게 어긋난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웃음보다 더 강력한 힘이 있을까? 사람의 혀보다 더 날카로운 무기는 없다”고 했다. “충동적인 사람들에게 유머는 말의 칼처럼 사용될 수 있다. 수줍어하거나 억압받는 사람에게 유머는 너무 가까워지려거나 깊이 알려고 하는 사람들에 대한 방패 노릇을 할 수 있다.”
최장수 미국 상원 원내대표를 지낸 저자 밥 돌은 “위대한 지도자들은 웃음을 유도할 뿐 아니라 그들 자신도 기꺼이 농담거리로 만들 줄 아는 위트 능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 포스트 칼럼니스트 크리스 리만은 “밥 돌의 유쾌한 유머는 우리에게 코미디와 정치의 경계가 가깝다는 것을 일깨워준다”고 지적했다.

“누구든지 노예제도를 찬성하는 주장을 들을 때마다 그 사람을 노예를 시켜 보면 어떨까 하는 강한 충동이 생깁니다.”(16대 링컨)

“가장 성공적인 정치가란 남들도 다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 사람, 그것도 가장 큰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입니다.”(2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

“지식인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말을 하는 사람이다.”(34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한 사람이 공직을 향해 갈구하는 눈길을 보일 때마다 그의 행동에 부패가 시작됩니다.”(3대 토머스 제퍼슨)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대 밥 돌은 캔자스대 2년 재학 중 해군중위로 참전하여 전쟁에서 오른쪽 어깨에 심한 부상을 입었다. 제대 이후에도 오른쪽팔 사용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축축한 날이면 저려오는 어깨로 고생했다고 한다. 퍼플하트 훈장(무공훈장) 두 개와 브론즈스타 훈장(청동성장)을 받는 등 전쟁 영웅으로도 대접받고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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