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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늘보는 에너지 절약 고수” 억울한 오명 쓴 동물 다시보기

입력 : 2018-10-06 03:00:00 수정 : 2018-10-05 19: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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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쿡 지음/조은영 옮김/꿈출판/1만9500원
오해의 동물원/루시 쿡 지음/조은영 옮김/꿈출판/1만9500원

“어떻게 나무늘보 같은 패자가 살아남을 수 있죠?” 동물학자이자 내셔널지오그래픽 탐험가인 저자는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많은 이들이 게으르고 느려터진 동물이 어떻게 멸종하지 않았는지를 의아해한다. 저자는 이런 질문엔 “우월한 종의 편견이 담겨 있다. 나무늘보는 자연의 선택이 만들어낸 가장 별난 창조물”이라고 말한다. 나무늘보야말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기발한 방법을 갈고 닦아 정글에서 살아남은 고수라는 것이다. 나무늘보가 이런 억울한 오명을 쓰게 된 것은 16세기 스페인의 모험가 오비에도가 신대륙을 다녀온 뒤 발간한 백과사전에서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동물’로 중상한 데서 연유한다. 이후 수많은 여행가의 입을 거치며 걷잡을 수 없이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당시 자연과학은 과학적 사실과 종교, 신화가 복잡하게 뒤엉킨 상태였던 점도 작용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인간은 좁은 프리즘으로 동물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습관이 있다. 수세기 동안 인간은 선악에 집착해 동물을 바라보았다. 비버의 근면성을 신세계 개척의 도덕적 길잡이로 삼았고 새와 다른 신체적 특징을 가진 박쥐에게는 악마적 이미지가 부여됐다.

저자는 책에서 그간 각인된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긴 세월 수모를 당하고 박해를 받았던 나무늘보를 비롯한 하이에나 독수리, 말코손바닥사슴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정치적·사회적 이유로 유별나게 사랑받았던 하마, 판다, 펭귄의 실체를 까발린다. 죽음의 현장에 신속하게 떼로 나타나는 독수리는 매우 경제적인 친환경 청소 동물이며, 나무늘보는 자연의 실패작이 아니라 털매머드, 검치호랑이보다도 오래 살아남은 진화의 생존자라는 것이다. 저자는 스스로 나무늘보협회를 만들어 강연을 다니며 나무늘보의 억울한 누명 벗기기에도 나서고 있다.

기독교 가족관을 고수하는 올바른 사회적 행동 모델로 여겨온 펭귄은 일처일부는커녕 배우자 몰래 바람을 피우고 매춘을 일삼는 난삽한 성생활의 본보기이다. 그러나 이 또한 배우자를 만나기 어려운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정치적·사회적·도덕적 이유로 동물들에게 덧씌워진 갖가지 신화와 미신을 걷어내고 각각의 동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자 하는 시도가 담겨 있다. 인간의 실수와 오해가 빚어낸 동물학의 역사이자 유머감각으로 무장한 현대판 동물우화집이라는 평가도 듣고 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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