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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칼럼] 미국과 중국은 G2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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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04 21:59:15 수정 : 2018-10-04 21: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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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위기 때 G2 자리 잡아/미·중, 무역·안보 등 각 분야 충돌/전세계 공포 낳고 리더십 실종돼/지정학적 리스크 감안, 대비 시급 미국과 중국을 G2(주요 2개국)라고 한다. 국제질서를 이끌어가는 두 나라라는 것이다.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국제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G2라는 말을 처음 실감했다. 이듬해 봄 뉴욕을 찾았을 때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이구동성으로 “중국의 고속성장 덕분에 세계경제가 위기를 벗어날 것”이라고 했다. 중국(China)과 미국(America)를 합친 ‘치메리카(Chimerica)’라는 조어까지 나왔다.

중국은 이때부터 자신감을 갖고 국제무대에서 제 목소리를 냈다. 미국은 중국과 더불어 국제질서를 이끄는 일을 협의하려 했지만, 대국굴기(大國?起)를 내세운 중국은 세계적·지역적 패권을 노리고 미국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중국은 이제 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잇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일대일로 참여국에 빚을 떠안기고 이득만 챙겨 ‘채권 제국주의’, ‘신식민주의‘라는 비난을 듣는다. 우리나라에는 북한 문제에 섣불리 개입하고 뜬금없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 조치를 가해 그 힘의 실체를 드러냈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미국은 최강 군사력·경제력으로 세계 경찰을 자임하면서 국제질서를 지켜온 나라다. 백악관·국무부 대변인은 일일 브리핑에서 각국 기자들이 어떤 질문을 해도 준비된 대답을 했다. 예전에 국무부 대변인이 브리핑 도중 아프리카 소국 정변에 관한 질문에 성실히 답변하던 게 인상적인 모습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세계경영을 하려면 이런 수고를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여겼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선 다르다. 브리핑을 거르기 일쑤다. 어쩌다 하더라도 일방통행식이다. 미국이 달라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세계 각국 대표가 평화와 공존을 위해 모인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면서 시종일관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우리는 글로벌리즘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부정하고 애국주의 노선을 받아들이겠다”며 “우리의 친구라고 할 만한 이들에게만 원조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주도로 확립된 국제질서 규범과 자유·민주주의·인권 같은 미국의 전통적 가치를 내팽개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전면적 갈등 관계에 들어섰다. 미국이 보호무역 기치를 든 이후 상대국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조치를 주고받는다. 중국이 ‘제조 2025’ 전략으로 기술 패권을 추구한다는 의혹이 그 배경이다. 외교·안보 분야로 전선을 넓혔다. 최근 남중국해에서 미국 B-52 전략폭격기가 무력시위한 데 이어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스플래틀리제도(중국명 난사군도) 인근 해역에 미국 구축함이 들어서 일촉즉발 상황이 벌어졌다. 미·중 간 합동참모부 대화, 외교안보대화 등이 줄줄이 연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더 이상 친구가 아닐지 모른다”며 중국의 미국 중간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미·중 두 나라의 세계전략 구도가 맞부딪치고 있어 ‘신냉전’이라는 말이 나오는 실정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행태를 보면 G2라 불릴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미·중 갈등은 글로벌 패권 다툼 성격이 짙다. 양국이 규범을 힘(power)으로 대체하면서 전 세계에 공포를 몰고 온다. 과거 어느 대국이 지금의 미국과 중국처럼 자국 이익에만 충실했던가. 옛날 로마제국은 법에 의한 세계질서 건설을 추구했고, 중국 역대 왕조는 주변국에 천자의 역법을 전했다. 당시의 세계에 국제 규범을 제시하고 스스로 모범이 되려 한 것이다. 지금의 미·중 행태와 천양지차다.

트럼프의 미국과 시진핑의 중국은 앞으로 어디로 튈지 모른다. 국제질서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실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본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은 저서 ‘제국의 구조’에서 “현재의 세계 상황은 19세기 말의 제국주의적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의문이 줄을 잇는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있는가. 리더십을 갖추지 못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놓인 지정학적 위치가 초래할 암울한 미래에 대비하고 있는가. 동맹국 미국과 최대 교역국 중국 사이에서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꼴이 되지 않을 비책을 세우고 있는가.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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