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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가 된 연쇄살인마의 아들… 아버지 닮은 괴물인가… 사람들 편견의 희생자 인가

입력 : 2018-10-05 03:00:00 수정 : 2018-10-04 20: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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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받은 조경아의 ‘3인칭 관찰자 시점’ “수녀님은 괴물에게 상처 입은 사람을 이 세상이, 세상 사람들이 불쌍하게만 본다고 생각하십니까? 절대 아닙니다. 세상 사람들은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을 두려워합니다. 왠지 아십니까? 그만큼 더 지독한 사람으로 여겨지니까요.”

열두 살 꼬마가 칼에 찔린 엄마를 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엄마를 죽인 살인마 앞에서 살려 달라고 무릎을 꿇기까지 했다. 연쇄살인마인 꼬마의 아버지는 어린 아들이야말로 괴물이라고 매도한다. 그 끔찍한 비극을 겪고 자라 갖은 난관을 극복하고 어렵사리 가톨릭 사제가 된 ‘디모테오’(테오), 그를 바라보는 본당 신부 유스티노의 시각도 편견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테오의 아버지 강치수는 서울 변두리 외딴 지역에 살면서 자기 집 지하에 감금 시설을 만들어놓고, 열 명도 넘은 여자와 아이들을 잔인하게 살해했다. 이 집에서 태어난 테오는 이 희대의 살인마와 12년이나 함께 살았고, 살아남았다. 강치수는 아들과 아내를 인질처럼 붙잡고 사이코패스 범죄를 지속하다가 끝내 아내까지 죽이고 아들마저 죽이려 했다. 어린 아들의 밀고로 아버지는 잡혔고 사형을 선고받아 교수대에서 끝까지 발악하면서 죽는다. 

끔찍한 가정사를 겪고 성장한 가톨릭 사제를 다양한 시선으로 그려낸 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가 조경아. 그녀는 “어쩌면 인간은 애시당초 진실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고 썼다.
조경아 제공
꽃미남 외모로 여성 신도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사제 디모테오는 과연 어떤 사람으로 성장했을까.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때문에, 비극을 겪은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일반인의 시각처럼 역시 내부에는 괴물이 꿈틀거리는 걸까. 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조경아(45)의 ‘3인칭 관찰자시점’(나무옆의자)은 테오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한번 붙들면 마지막 장까지 쉬 놓지 못하는 가독성 높은 장편이다.

테오를 보육원에서 보살폈던 안나 수녀는 “테오가 남들과 다른 특별함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건 시한폭탄이 아니라 지우고 싶지만 지울 수 없는 상처일 뿐”이라고 유스티노 신부의 ‘편견’에 맞선다. 유스티노 신부보다 더 강력한 편견을 드러내는 이가 “사이코패스라 일컫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족속들을 누구보다 증오하는” 정신과 의사 마 교수다. 그는 강력한 편견에 얽매인 또 하나의 사이코패스일지도 모른다. 이들을 축으로 테오를 짝사랑하다 ‘자살’한 소녀 레아, 수상한 자살 사건을 쫓는 남 형사, 테오의 절친 베드로 신부, 학대받는 어린 아이 요셉, 간호사와 구급대원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삼인칭’들의 시점으로 바뀌어가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조경아는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 일은 “끝없는 자기 검열과 자기모순을 견뎌내야” 가능한데 “어떤 이의 실체를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실체 또한 드러낼 수밖에” 없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아는 듯 모르게 그렇게 매번 속담 속에 등장하는 검은 고양이처럼” 눈을 감아버리기 때문이다. ‘검은 고양이 눈 감은 듯’이란 속담은 ‘검은 고양이가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 얼른 보아 알아보기 어렵다는 뜻으로, 경계가 뚜렷하지 않아 분간하기 어려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한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자신의 ‘안경’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그 안경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혼돈을 피하기 위해 세상이 제시한 단순한 편견 속으로 쉬 도피하기 마련이라는 맥락이다. 

그녀는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나오는 뉴스를 볼 때마다 그 사람의 가족들이 가장 불쌍한 사람들일 거라는 생각에서 이 소설을 착상했다고 한다. 죄도 없이 손가락질을 당해야 하는 측은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 때문이었다. 작금 우리 사회에서는 한 번 손가락질을 당하면 인간의 이성을 넘어서는 ‘악마적 메커니즘’의 광풍에 휩쓸려 초토화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테오가 편견의 희생자일 뿐일까. 작가는 확답을 피한 채 여운을 남긴다.

조경아는 “어쩌면 우리 모두는 서로의 실체를 감추기 위해 검은 고양이처럼 눈을 감고 싶은지도 모른다”면서 “이 소설을 읽는 그대가 한 번쯤은 감았던 눈을 뜰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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