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개봉하는 영화 ‘미쓰백’은 여러 면에서 2015년 인천 아동학대 사건을 연상시킨다. 다만 영화에선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설정을 통해 피해자인 아이에게 해피엔딩을 선물한다.
주인공 백상아, 미쓰백은 어린 시절 엄마에게 학대당하고 버림받았다. 거기까지만이었다면 삶이 좀 나았을까. 고교 시절 성폭행 위기에서 저항하다 가해자를 다치게 한 뒤 ‘살인미수’라는 죄목을 쓰고 전과자가 됐다. 미쓰백이 스스로 세상과 자신을 단절시키고, 누구와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어른아이’가 된 까닭이다. 밝게 탈색한 머리, 붉게 칠한 입술, 가죽점퍼와 호피무늬 셔츠, 누구에게나 뾰족한 말투 등은 강하게 보여 자신을 지키려는 갑옷이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영화 ‘미쓰백’은 어린 시절 가정과 사회에서 버림받고 마음의 문을 닫은 여자가 부모에게 학대당하는 아이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CJ E&M 제공 |
‘미쓰백’은 이지원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감독 자신이 동네에서 학대가 의심되는 아이를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게 마음에 맺혀 시나리오를 썼다고 밝혔다.
영화는 묻는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안타깝게 여기면서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거나, 적극적인 성격이라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일반적 반응일 것이다. 미쓰백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직접 나선다. 듣기만 해도 치가 떨리는 단어가 ‘엄마’였고 평생 엄마가 될 마음이 없었던 미쓰백은 두렵지만 그 길을 택한다.
무모하다. 관객 입장에서는 관련 기관이나 경찰인 남자친구(미쓰백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아이와 함께 도망쳐버리는 미쓰백을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미쓰백은 엄마에게 버림받고 경찰에 의해 부당하게 범죄자로 낙인찍힌 사람이었다.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는 사회에서도 보호해주지 않는 현실을 잘 알았다. 그래서 뚜렷한 계획도 없이 지은과 함께 그저 멀리 가는 것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아동학대를 소재로 한 만큼 자극적인 장면보다는 메시지 전달에 초점을 맞췄다. 가혹한 장면이 몇몇 등장하지만, 직접적인 폭력은 장면을 전환하거나, 암시를 주어 관객의 상상에 맡기는 식으로 피해갔다는 것이 감독의 설명이다. 촬영 때는 아역배우 김시아가 받을 수 있는 충격을 고려해 아동정신과전문의가 전담 케어했다.
미쓰백을 연기한 배우가 한지민이라는 사실은 놀랍다. ‘청순미’의 대명사인 한지민은 어둡고 상처 많은 여자 백상아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쭈그리고 앉아 연신 담배를 피워대고, 늘 까칠하게 타인을 대하는 여자. 세련미보다는 강해보이려 ‘애쓴’ 백상아의 스타일링부터 엄마에 대한 알 수 없는 감정을 터뜨리는 격렬한 울음, 지은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까지 기존의 아름다움은 완전히 내려놨다. 최근 개봉 영화배우들 중 ‘파격 변신’이란 수식어에 가장 걸맞다. 한지민은 인터뷰에서 “‘변신’이 목적인 작품은 아니었다”며 “시나리오를 읽고 백상아라는 인물에 너무 마음 아팠고 그를 안아주고 싶었다”고 ‘미쓰백’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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