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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친박의 부활과 ‘성공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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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02 22:27:45 수정 : 2018-10-02 22:2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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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카드’로 재기 노리는 친박/ 자성은커녕 보수 재건 걸림돌로/ 국민 ‘먹고사는 문제’ 가장 중요/
시대가치 직시… 보수 사명 지켜야
몇 달 전 책장을 정리하다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최근에야 그 책을 읽었다. 보수진영 소장파로 불렸던 남경필 전 경기지사가 쓴 ‘새로운 권력자들’(2011년 12월19일 출간)이다. 이 책은 18대 대선을 1년 앞두고 이명박정부 실정에 위기를 맞은 보수의 난맥상을 면밀히 분석해 대안을 제시했다. 보수 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은 7년이 지나 정권을 빼앗긴 자유한국당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법하다. 보수가 그동안 제대로 된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용성을 중시하고 디지털 기기로 집단소통하며 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1040세대’가 책에서 거론됐다. 1040세대는 ‘새로운 권력자’(뉴 클래스)로 불렸다. 이들의 특징은 권위주의, 막말정치, 지역감정으로 점철된 기성 정치를 혐오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한국당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보수는 불리한 정치 지형에도 박근혜 후보의 개인기에 힘입어 보수정권을 재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 때문에 보수는 반대 의견을 경시한 채 무조건 목표를 달성한다는 ‘성공의 함정’에 빠져들었다. ‘나를 따르라’로 대변되는 산업화 시대의 낡은 리더십을 믿었던 탓이다. 그 결과 ‘국정농단’이란 참사를 야기했다. 박정희 시대에 통했던 ‘성공의 함정’에 매몰된 보수는 국민·경제·기술환경의 변화를 읽지 못했다. 시대 정신을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디지털 시대에 많은 정보를 획득한 국민이 정부의 일방적 정책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했다. 빈곤에서 벗어난 국민은 삶의 질 향상을 요구했으나 보수는 이를 포퓰리즘으로 비난했다. 보수는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지식경제로의 전환에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남상훈 정치부장
이런 시대 변화에 주목하며 정권 탈환을 노렸던 진보진영은 19대 대선에서 승리했다. 물론 보수 분열도 한몫했다.

대선에 패배한 보수는 지방선거에서도 여당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여전히 성공의 함정을 쫓으며 자성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대선 이후 한국당을 이끌었던 홍준표 전 대표는 뼈를 깎는 혁신 대신 진보와 북한에 반대하는 ‘안티 정치’에만 몰입했다. 이는 지방선거 참패로 이어졌다.

보수 쇠퇴에 직면한 한국당은 대선과 지방선거 패장인 홍 전 대표를 내보내고 참여정부 시절 정책통인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했다. 김 위원장은 보수 가치 정립을 통해 재건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보수 위기에 일조했던 친박(친박근혜)계는 다른 생각을 하는 듯하다. 유기준 박대출 정용기 김진태 윤상직 등 친박계 의원들은 지난달 20일 서울 마포구 한 식당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찬을 했다. 이들은 황 전 총리에게 내년 전당대회에 당 대표로 출마할 것을 권유했다. 이들의 구애에 황 전 총리는 “지금은 국민의 마음을 얻도록 노력하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폐족’ 수순을 밟던 친박계가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이후 1년6개월여 만에 부활을 꿈꾸고 있다. 박근혜정부에 몸담았던 황 전 총리를 지렛대로 정치활동 재개에 나서려는 것이다. 황 전 총리가 보수진영에서 차기 대권 선호도 1위를 차지하자 그동안 바짝 움츠렸던 친박계가 준동하는 형국이다.

친박계의 움직임은 ‘폐족’에서 대통령까지 탄생시키며 부활한 친노(친노무현)와 전혀 딴판이다. 친노는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에 정권을 빼앗긴 이후 스스로 폐족이라며 자성했다. 반면 ‘제2의 폐족’이 된 친박계는 스스로 반성하기는커녕 당내 권력 장악을 통해 호시탐탐 재기를 노리고 있다. 권력욕에 눈먼 친박계가 한국당 쇄신은 물론 보수 재건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남 전 지사는 책에서 “보수의 뼈아픈 자기혁신, 재탄생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면서 “보수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혁신가 정신’을 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자리를 창출해 국민의 안정된 삶을 보장하는 것이 보수의 사명이라는 얘기다.

한국당 쇄신을 이끄는 김병준 비대위원장도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보수 가치 정립을 주장하다 최근에는 이념 논쟁과 정쟁에 휘말려 당 쇄신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친박계가 이런 틈새를 파고드는 빌미도 제공했다. 시대 가치를 직시하며 국민과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보수는 성공의 함정에 빠져 수구가 될 수밖에 없다. 보수의 본질은 국민이 편하게 먹고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남상훈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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