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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뜨겁고 때로는 차가운… 10대들의 온도 읽어내다

입력 : 2018-09-29 03:00:00 수정 : 2018-09-28 19: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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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권·김선영·유영민·진저·공지희·신설 지음/자음과모음/1만2000원
십대의 온도/이상권·김선영·유영민·진저·공지희·신설 지음/자음과모음/1만2000원


자음과모음이 청소년 문학 출간 70권을 기념해 청소년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신작 단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2010년 어른도 아니고 어린이도 아닌 사각지대에서 입시를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자는 취지로 청소년 문학시리즈의 첫선을 보인 후 지금까지 70권을 펴냈다.

미완의 십대는 각기 다르게 세상의 온도를 느끼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뜨겁게, 누군가는 차갑게, 혹은 이 세상에 없는 온도로. 십대 자신도 때로는 뜨겁기도, 때로는 차갑기도 한 나름의 온도가 생긴다. 책에 소개된 6명의 작가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오늘을 사는 청소년들의 이마를 짚으며 온도를 읽어 낸다. 작가들은 십대의 온도는 모두 존중받아야 하며 어떠한 온도를 지녀도 괜찮다고 위로한다.

이상권의 ‘어느 날 우연히’는 소녀들의 애틋한 우정과 갑갑한 현실과의 대비가 돋보인다. 김선영의 ‘바람의 독서법’은 어느 순간 특정 활자가 도드라지게 보이는 착각을 재미있는 상상으로 확장한 작품이다. 유영민의 ‘약속’은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가출한 엄마를 대책 없이 기다리며 근원적인 외로움을 배워 가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진저의 ‘소녀 블랙’은 유난히 검은 피부의 소녀와 질병으로 유난히 흰 피부를 갖게 된 소년의 애틋한 감정을 통해 세상의 모든 컬러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순수한 메시지를 보여준다. 공지희의 ‘영화처럼 세이셀’은 수능 시험을 앞두고 세이셀 섬으로 도망치듯 떠난 소년의 모험을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그렸다. 신설의 ‘마더 파괴 사건’은 외계인이 대한민국에 남기고 간 ‘마더’라는 생물형 컴퓨터를 파괴하는 사건을 재구성한 판타지 소설이다.

이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소녀와 소년은 유년을 지나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며 불안정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그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걱정스러운 존재가 아니다. 이 소설들에선 지금 십대에게 필요한 건 그들을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것이라는 시선을 견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청소년 문학 본령은 청소년을 다루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과 소통하는 데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세상과 자신에 눈뜨기 시작한 십대들이 겪는 학교와 학업, 가정과 기성 제도, 친구와 이성 교제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각자의 감성으로 독특하게 그려내고 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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