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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블랜드 모델은 ‘잘사는 동네’ 추구,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위한 목적 아냐”[젠트리피케이션 넘어 상생으로]

입력 : 2018-09-28 06:00:00 수정 : 2018-09-27 21: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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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CI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 “다운타운으로 상류층 유입 막지 못해 / 쫓겨가는 저소득층 생계 지원에 집중 / 한국은 ‘임대료 분쟁’ 정의가 더 적합” 낙후된 지역에서 개성 있게 살던 원주민들과 상인, 예술가들이 거대 자본에 밀려 쫓겨나는 현상을 흔히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한다. 국내외 유수 언론은 물론이고 학계, 정부에서도 이같이 쓴다.

하지만 정작 젠트리피케이션을 처음 언급했고, 전문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는 영국과 미국에서는 한국의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특히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이 지역공동체를 살리는 모델로 언급한 ‘클리블랜드 모델’의 행위 주체인 GUCI(클리블랜드재단 주도로 시정부와 지역 주체들로 구성된 지역 발전 협력체)조차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다.

미국 클리블랜드 주립대 맥신굿맨레빈 도시정책대학 경제개발센터 프로그램 관리자이면서 GUCI와 함께 클리블랜드 도시개발에 참여 중인 캔디 클라우즈 박사와 머리사 C 피아자 박사는 “GUCI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 아니라”라고 말했다.

“우리는 젠트피케이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 활동이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커뮤니티(동네)를 잘살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클리블랜드 모델은 건설·투자자들의 투자를 이끌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좋은 집을 짓는 등 낙후된 도시를 개선하는 데 집중합니다.”

이리나 린델 클리블랜드 주립대 경제발전센터 소장도 “한국에서 진행되는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정의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젠트리피케이션은 부르주아 문화와 보헤미안 문화가 결합해 출현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엘리트 계층 ‘보보스’(Bobos)와 엮여 있다. 미국의 도시는 주거지역(업타운)과 상업지역(다운타운)이 나뉘어 있다. 중산층 이상은 교외에 위치한 업타운에 거주한다. 하층계급(차비조차 없어 업타운에 살지 못하는 계층)은 일터인 다운타운 경계에서 산다.

하지만 보보스는 일터와 가깝고, 다양한 문화시설이 집중해 있는 다운타운 인근에 살기를 원한다. 이에 하층계급은 점점 외곽으로 밀려난다. 즉, 미국에서 바라보는 젠트리피케이션은 다운타운으로의 보보스 유입과 함께 하층계급 유출을 의미한다. 또한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바라본다.

“보보스의 유입은 정당하게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기 때문에 정부가 규제할 수 없습니다. 저소득층이 쫓겨나는 것 또한 막을 수 없죠.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세금 감면, 버스 운영 등 저소득층이 삶을 영유해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지원하는 것뿐입니다.”

린델 소장은 “한국의 경우 쫓겨가는 상인들이 차비를 낼 수 없을 정도의 저소득층인지 먼저 고려해야 한다”며 “저소득층이 아니고 단지 임대료 때문에 이동하는 것이라면 ‘임대료 분쟁’으로 정의 내리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리블랜드=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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