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민족 대이동 '터미널'은…'담배와의 전쟁' 중

입력 : 2018-09-24 08:00:00 수정 : 2018-09-24 11:37:5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한국교통연구원 조사 결과 3700만명에 달하는 국민이 추석 연휴 민족 대이동을 할 것으로 점쳐진 가운데, 사람들이 몰리는 서울 시내 주요 버스터미널에서는 담배를 둘러싼 전쟁이 한창 펼쳐지고 있다.

꽁초 무단투기 및 금연거리 흡연 적발을 위한 단속요원과 시민들이 벌이는 숨바꼭질은 기본이고 들킨 이의 오리발, 흡연부스 외부로 흩어지는 담배 연기에 따른 비흡연자 승객들의 불만까지 관찰된다.

세계일보가 최근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서초구청 소속 꽁초 무단투기 단속요원 A씨는 경부선 터미널과 센트럴시티(호남선)터미널 사이를 오가는 길목에서 담배 피우는 이들을 지켜보느라 한시도 자세를 흩트리지 않았다.

무단투기로 적발된 일부 승객은 꽁초를 다시 주워가겠다며 봐달라는 말을 하지만, 줍는 것과 버리는 행위는 따로 본다는 게 단속요원들의 설명이다.

2인1조로 편성돼 고속버스터미널뿐만 아니라 양재역 등 유동인구가 몰리는 서초구 주요 장소를 중심으로 단속활동을 펼친다. 처음에는 계도 차원에서 말로 해결하지만, 상습적으로 적발되는 이들에게는 가차 없이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한다. 한 번 걸린다고 해서 이후 적발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2~3차례 상습적으로 걸린 이도 있다고 A씨는 덧붙였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터미널 건물 인근. 일부 시민들(빨간 동그라미)이 금연구역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흡연부스는 사진을 촬영한 장소에서 직선거리로 수십m 정도 떨어져 있다.


이날 단속요원 A씨는 4명을 적발했다(오후 3시30분 기준)고 설명했다. 간혹 어려움도 따른다. 과태료 부과에 항의하는 이들과의 몸싸움은 기본이고, 여성의 경우는 자기 몸에 손을 대지 말라며 성추행으로 신고하겠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A씨는 말했다. 오랫동안 민원업무를 맡았지만, 시민들에게 모욕적인 말을 들을 때면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흡연자들은 옆에 선 단속요원들을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일부는 담배를 다 피우고서 꽁초를 쥔 채 자리를 떴지만, 멀리 앉은 이들은 ‘난 안 보이겠지’라는 생각에 은근슬쩍 꽁초를 버리고서 모른 척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을 보는 순간 달려가는 건 단속요원들의 몫이다.

경부선 터미널과 센트럴시티 터미널 인근에는 흡연부스 총 4곳이 설치됐다. 1곳은 외부로 이어지는 좁은 공간에 마련된 벤치 앞 쓰레기통 형식이어서 흡연부스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경부선 터미널 인근 한 흡연부스는 나무난간만 두르고 천장은 뻥 뚫린 형식이어서 담배에서 나온 연기가 열린 출입문을 통해 터미널 내부로 고스란히 흘러 들어가 다른 승객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비흡연자 승객들은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차모(40)씨는 “오가는 승객들을 위해 열어놓은 문으로 담배연기가 들어오지 않느냐”며 “이럴 거면 흡연부스를 왜 만들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흡연자들도 할 말은 있다. 부스가 너무 멀고 터미널 규모를 생각하면 더 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내비쳤다. 꽁초를 아무데나 버리는 행위는 분명히 잘못되었지만, 버리지 않는 사람도 있다면서 다 같은 부류로 묶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부스에서 담배 연기가 흘러나가는 것은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며, 터미널 측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고속터미널 측은 흡연부스 추가 설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주식회사의 한 관계자는 “(흡연부스 설치는)승인이 나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꽁초 무단투기가 빈번한 경부선과 센트럴시티 터미널 사이 공간도 차도와 주차장 등이 있어서 흡연부스를 설치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서초구청 소속 꽁초 무단투기 단속요원들. 이들은 과태료 부과 시 여러 가지 힘든 점들을 겪고 있었다.


지하철로 두 정거장만 가면 있는 남부터미널도 상황은 비슷했다.

금연거리로 지정된 터미널 근처 인도에서 담배를 피운 몇몇 시민이 현장에서 지켜보던 단속요원들의 레이더에 걸려들었다. 특이한 사실은 전자담배의 경우 니코틴을 함유하지 않는 제품도 있어서, 만약 니코틴 없는 전자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과태료 부과가 어렵다는 점이다.

남부터미널 인근에서 만난 단속요원 B씨는 “전자담배는 직접 제품을 살펴보고서 과태료 부과를 결정한다”며 “주로 연령층 높은 승객들에게서 금연거리 흡연 단속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는 편”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젊은 승객들이 순순히 말을 따른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한편 고속버스터미널과 남부터미널을 관할하는 서울 서초구청에 따르면 고속버스터미널(지하철 3·7호선)의 최근 3개월 금연거리 흡연 단속 건수는 △413건(7월) △422건(8월) △308건(9월·9월20일 기준)으로 조사됐다. 남부터미널도 △525건(7월) △473건(8월) △399건(9월·9월20일 기준)으로 나타나 두 터미널에서 흡연을 둘러싼 전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짐작하게 했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