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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이번에도 ‘유인 상술’ 전략 구사… 비핵화 전기 마련 안 돼”[美 한반도 전문가 3인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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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20 19:01:31 수정 : 2018-09-20 23: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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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반도 전문가 3인 진단 /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쇄 카드 / “이미 ‘죽은 말’을 다시 팔아” 혹평 / 영변 핵시설 폐기도 미끼로 평가 /“농축 우라늄 시설 여러 곳에 존재” / 先 종전선언 땐 비핵화 조치 타격 / 北 유엔사 해체 요구 등 사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지는 않았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더글러스 팔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부회장,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19일(현지시간) 세계일보와 각각 인터뷰를 갖고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들은 북한이 이번에도 전형적인 ‘유인상술’(bait and switch)을 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싼 광고상품으로 손님을 끌어들인 뒤 비싼 물건을 파는 이 상술을 북한이 북핵 협상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글러스 팔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부회장,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래리 닉시 CSIS 선임고문
팔 부회장은 “북한이 약속한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가 한 번 써먹은 ‘죽은 말’임에도 이를 다시 팔려고 한다”고 혹평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미 핵 무력 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완료했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쇄는 큰 의미 있는 조치가 아니다”고 가세했다.

북한이 또 하나의 ‘미끼’로 사용한 영변 핵시설 폐기에는 미국이 상응하는 조처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고 이들 전문가가 강조했다. 닉시 고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핵시설을 사찰할 수 있도록 북한이 허용한 것처럼 말했으나 이는 북한 측으로부터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닉시 고문은 “북한이 영변 핵단지에 한해 IAEA의 사찰을 허용한다면 이것 역시 큰 의미가 없다”면서 “북한의 플루토늄 핵 시설은 영변에 있지만 농축 우라늄 시설 등은 영변 이외 다른 지역 여러 곳에 있다는 게 미국 정보기관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이번에도 핵·미사일 리스트 제공을 거부한 이유가 미국과의 협상용으로 남겨두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북한이 여전히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지 않은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팔 부회장은 “북한이 의지가 있으면 핵·미사일 리스트를 미국 측에 제공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다”면서 “이 때문에 향후 북·미 협상에서 북한이 이 리스트를 선뜻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베넷 연구원은 “미국이 핵·미사일 리스트 문제에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 측에 일단 10개 주요 핵 시설 리스트와 장소, 운영 현황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방법으로 북한의 진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닉시 고문은 “핵·미사일 리스트는 사찰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면서 “사찰이 보장되지 않은 단순한 리스트 공개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닉시 고문은 “미국이 향후 대북 협상에서도 사찰과 검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연내에 종전선언을 마치기로 했으나 미국 측에서는 이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전망했다.

팔 부회장은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초점이 비핵화에서 평화체제로 옮겨갈 위험성이 있다”면서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로 종전선언을 견인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이 핵 무력을 계속 증강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선언’을 하는 것은 난센스라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닉시 고문도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북한이 종전선언에 따른 유엔사 해체를 요구할 것이고, 이때 한국, 중국, 러시아가 북한 편을 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닉시 고문은 “한국이 유엔사 해체를 요구하면 미국이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관계 진전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팔 부회장은 “남북한 군사분야 합의가 가장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베넷 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발전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닉시 고문은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성사되면 남북관계에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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