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왼쪽에서 세번째)은 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두번째)과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함께 올랐다. 이어 천지를 방문한 두 정상은 4·27 판문점 회담 당시 소나무 식수행사 때 백두산 흙을 모으는데 활용됐던 '만병초'에 대해 언급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북쪽 길을 통해 해발 2750m의 백두산 정상 장군봉에 함께 올랐다. 이후 백두산 천지 트레킹에도 동반했다.
백두산은 화산 폭발에 의해 부석이 회백색을 띄고 있고, 꼭대기는 1년 중 8개월 이상 흰눈으로 덮여 백두산이라 부른다. 백두산을 찾은 이들은 ‘백번 올라도 천지를 두번 이상 보기 어려워서 백두산이다’, ‘천지를 못본 사람이 천지요’, ‘천지가 천지다’라고도 한다.
연중 맑은 날이 45일 정도인 탓에 천지를 제대로 볼 수 있는 확률이 극히 낮아서 이런 얘기가 나온 것이다.
천지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소원을 이뤘다"며 감격해했다.
김 위원장이 "백두산에는 사계절이 다 있다"라고 말하자 이를 들은 부인 리설주 여사(맨 왼쪽)가 "7~8월이 제일 좋다. 만병초가 만발한다"고 거들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그 만병초가 우리집 마당에도 있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담소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가던 남북 정상은 활짝 웃는 얼굴로 맞잡은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또한 남북 정상 부부는 백두산 천지까지 내려가 물에 손을 담그기도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오늘 받은 환대를 생각하면 서울로 오셨을 때 답례하겠다"고 사의를 표했다.
부인 김정숙 여사(맨 오른쪽)는 "한라산 물을 갖고 왔다"며 천지에 가서 반을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가겠다고 전했다.
이에 리 여사는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다"고 화답했다.
천지의 만병초. 그림=조병주 작가 |
한편 문 대통령이 백두산 천지에도 있지만 자신의 집 앞마당에도 있다고 언급한 만병초는 상록관목이며 식물도감에는 진달래과 식물로 나와 있다.
진달래와 철쭉꽃을 닮았는데, 뚝갈나무로도 불린다. 잎은 얼핏 인도고도나무와 비슷하다.
국내에서는 지리산과 경북 울릉도 일대, 강원 이북의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릉도에는 붉은색의 홍반명초, 백두산에는 노랑 만병초 군락이 있다.
만병초는 생명력이 몹시 강한 나무로 영하 30~40도 추위도 견딜 뿐만 아니라 건조할 때도 푸른 잎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용 불가' 식물로 지정했으나, 한방에서는 우피두견과 석남엽 등으로 불리는 말린 잎을 항균과 항염, 강심, 혈압강하 약재로 쓰기도 한다. 이에 오만가지 병을 고친다 해 ''만병(萬病)초'라고 불린다고 한다.
지난 4월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측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길’에 소나무를 공동 식수하고 있다. 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4월3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보좌관 회의에서 사흘 전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있었던 소나무 식수 관련 이야기에서 '백두산 만병초'를 언급했다.
27일 정상회담 당일 오후 두 정상은 판문점 군사분계선의 '정주영 소떼길'에서 6·25 정전 협정을 맺은 해인 1953년생 반송을 공동으로 기념 식수했다.
소떼길은 1998년 6월16일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민간인 신분으로는 최초로 판문점을 통과해 북한으로 들어간 길을 의미한다.
두 정상은 식수 후 백두산과 한라산에서 가져온 흙과 한강물, 대동강물을 함께 뿌렸다.
당시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백두산 흙이 고산 지대의 만병초 뿌리를 뽑아 거기에 붙은 흙을 일일이 털어 가져 온 것"이라며 문 대통령에게 말했다.
삽으로 퍼온 게 아니라 뿌리의 흙을 일일이 털어낸 뒤 모아 가지고 올 정도로 귀한 정성을 담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백두산 고지대는 화산암 지대라 흙이 거의 없는데, 북측이 만병초가 자리잡은 곳에 난 흙을 털어 온 만큼 문 대통령은 그 성의를 높게 샀다.
전언에 의하면 백두산의 '백두교' 다리에서 장군봉까지는 흙이 거의 없는데, 백두산이 화산 활동으로 생긴 산이라서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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