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서 무역협상 재개를 원하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하는 기류가 강하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에 협상 재개를 제안하면서도 추가적인 ‘관세 폭탄’ 부과 방침을 드러내는 이중적 메시지를 보였다. WSJ는 복수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발끈한 중국은 무역협상 제안을 거부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미국의 메시지에 대해 “중국에 조그만 당근을 내밀고 동시에 몽둥이를 휘두르는 꼴”이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자문관을 지냈던 양웨이민은 “중국은 미국과의 협상을 원치 않는다고 천명한 적이 없다”며 “우리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 상대와는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7일 사설에서 “미국의 압력이 커질수록 중국의 반작용도 커질 것”이라며 “적절한 반격을 통해 미국 측의 고통을 가중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오늘날은 패권국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며, 강제적으로 배당금을 받으려 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정신리(鄭新立) 공산당 중앙정책연구실 전 부주임은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 대응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인민대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해 “미국이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수출 섹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내수 진작을 위해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WSJ는 “트럼프 정부가 중국 측에 수주 내 협상 재개를 제안하고, 각료급 대표단 파견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협상이 재개된다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류허 중국 경제담당 부총리를 대표로 하는 양국 협상단은 오는 27~28일 워싱턴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의 무역협상은 올해 들어 다섯 번째 회동이다.
박종현 기자,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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