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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9년만의 복직, 사람들은 왜 기뻐하나

입력 : 2018-09-17 07:00:00 수정 : 2018-09-17 07: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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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왜] 쌍용차 해고자 복직 반응 분석/"시대변화 체감" "모두 이웃, '지못미' 정서도" “30명이 이미 세상을 떠난 뒤에야 복직이 이뤄지게 돼 아쉽지만, 과거 정권 때에는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 이뤄지게 돼 매우 기쁜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기분은 최고입니다.”

서울 소재의 회사에 다니는 신모(44)씨는 ‘노·노·사·정’ 합의에 따라 2009년 해고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119명이 내년 상반기까지 전원 복직하기로 한 것에 대해 16일 이같이 기쁨을 표했다.

신씨는 이날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그럼에도 세상이 정상으로,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들이 모두 복직되는 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9년 만에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복직 소식에 많은 이들이 그 동안의 노고에 대해 위로하면서도 기쁨을 표시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번 해고자 복직이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지만, 많은 이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에서 다양한 소감과 감회를 쏟아내며 시대를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왜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을 자신의 일처럼 반기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웃’을 지켜주지 못한 아쉬움과 함께 뭔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듯한 시대 변화를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노∙노∙사∙정’ 4자 대표가 쌍용차 해고자 119명 복직에 합의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쌍용차 제공
◆“비정상화의 정상화 또는 시대 변화 체감”

시사평론가 박상병씨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쌍용자동차 사건과 관련해 사측과 정부간의 어떤 밀착이나 이로 인한 노동자들의 눈물을 알고 있었다”며 “정상화가 된 것에 대해, 방향이 잡히고 있는 것에 국민들이 반가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 때에는 일제의 강제징용자 배상 문제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의 처리에서 국민 눈높이와는 정반대로 간 측면이 있었다”며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면서 상식이 정말 상식이 된 듯한, 과거의 비정상이 제대로 펴지고 있다고 느끼면서 국민이 박수를 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사평론가 이종훈씨도 통화에서 “용산 참사와 쌍용차 사건은 정부가 그렇게 개입할 필요가 없었는데 이명박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이미지가 강한 사건들”이라며 “이런 부문들이 정상화하니 그런 차원에서 기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국민들은 법원 판결도 나왔지만 해고도 불법 해고 성격이 강한데다 시위 장면이 뇌리에 남아 있고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한 것 등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으로 생각한다”는 거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해고자 복직 관련 기자회견. 연합뉴스
◆“그들은 우리 이웃…‘지켜주지 못해서 미안’ 감정도”

이씨는 “쌍용차 한상균 노조위원장이 나중에 민주노총 위원장이 되는데 영향을 미치는 등 노동계 쪽에서도 쌍용차 해고자들에 대해 ‘지못미’(지켜주지 못해서 미안) 정서도 강한 것 같다”며 “우리 국민도 쌍용차와 관련해 그런 정서(지못미)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민주노총이 18년 전에 노사정위를 탈퇴하고 사회적 대화에 처음 복귀했는데, 의미 있는 성과를 낸 것 같다”며 “노사정체가 18년 만에 완전체가 됐다는 사회사적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박 평론가도 “중국 기업이 정부의 컨트롤이 불가능할 정도로 오만했고 이런 상황에서 힘 없는 노동자들이 정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사지로 내몰렸는데, 쌍용차 노조이지만 우리 이웃이었다”며 “정부의 노동자 탄압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던 것인데, 이제 구제가 돼 기쁜 것”이라고 해석했다.

◆2009년 대량 해고→옥쇄파업→소송 ‘9년의 악몽’

쌍용자동차 노사는 이에 앞서 지난 14일 해고자 119명을 내년 상반기까지 전원 복직시키기로 합의했다. 즉 해고자 119명 가운데 60%를 올해 말까지 채용하고 나머지는 내년 상반기 말까지 단계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2009년 대량 구조조정으로 시작된 쌍용차 사태가 9년 만에 사실상 매듭지어지게 됐다. 즉 법정관리 신청 이후 9년간 대규모 해고 사태와 공장점거 옥쇄 파업, 무더기 소송 등이 이어지며 노사 갈등이 최고조로 이르렀다가 가까스로 봉합된 것이다. 하지만 9년 사이에 해고자와 가족, 협력업체 직원 등 3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상사가 이어졌다.

사태 해결에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도 컸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인도를 국빈방문했을 당시 쌍용차 모기업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에게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가 노사간 합의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다”며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각별히 요청한 바 있다.

◆문 대통령 “매우 기쁘고 감회”…하태경 “폭력시위 면죄부 안돼”

각계 인사들이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환영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자신의 트위터 등에 “매우 기쁘고 감회가 깊다. 한편으로 긴 고통의 시간이 통증으로 남는다”며 “지난 9년간 아픔 속에서 세상을 떠난 서른 분의 명복을 빌며, 유족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환영을 표했다.

민주노총도 14일 논평을 내고 “미리 복직 축하의 인사를 보낸다”며 “지난 9년간의 쌍용차 정리해고 투쟁은 단결과 투쟁 그리고 연대라는 민주노조 운동의 가치를 온전히 보여줬기에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오늘 쌍용차 합의를 포장할 생각일랑 접고 아직도 야만의 시대가 계속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쌍용차 전원복직 소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페이스 북에 남긴 글. 페이스북 캡처.
많은 네티즌도 환영을 표시했다. 아이디가 ‘gold******’은 네티즌은 트위터에서 “이번 쌍용자동차 전원 복직은 새로운 일자리 이상으로 가치가 있는 것 같다”고 기뻐했다.

물론 비판이나 쓴소리도 적지 않았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는 폭력시위에 모두 면죄부를 주고 있다. 폭력시위에 부과된 벌금, 재판, 1심 끝난 것에 대해서 항소심은 철회하라고 정부가 종용하고 있다”며 “용산 폭력시위와 쌍용차 폭력시위, 세월호 폭력시위가 그렇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런 식으로 폭력시위에 자꾸 면죄부를 주면 불법 폭력세력이 자기 세상 만난 듯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며 “문재인 정부에 촉구한다. 촛불정신을 훼손하지 마라. 폭력시위를 추방하라. 모든 시위는 평화시위가 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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