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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마지막 왕비 ‘은고’… 철의 여인으로 다시 살려내다

입력 : 2018-09-15 03:00:00 수정 : 2018-09-14 19: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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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정 지음/솔/1만4000원
의자왕 살해사건/김홍정 지음/솔/1만4000원

“백제가 스스로 망하였는데 군대부인(은고)이 요망하고 무도하여 함부로 국권을 빼앗고 현량을 죽였기 때문이다. 백제왕 의자, 처 은고, 아들 융과 신하 등 오십여 명이 가을 당나라로 끌려갔다.” ‘일본서기 제명천왕 6년’편에 있는 백제멸망 관련 기록이다.

중견 역사소설가 김홍정은 단 한 줄짜리 일본서기 기록에 착안해 의자왕 처 은고를 조명한다. 저자는 은고에 대해 백제부흥 운동을 지휘한 강력하고도 매혹적인 여인으로 묘사한다. 화검술을 겸비한 책략가이자 신념에 따라 실천한 철의 여인으로 은고의 실체를 그린다. 나아가 ‘의자왕과 삼천 궁녀’로 왜곡된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재구성한다.

소설에서는 고구려, 왜와 협력하면서 당과는 대립했던 남부여(백제)를 중심한 당대 국제 정세가 세밀히 묘사된다. 660년 6월 서라벌과 연합한 당나라 13만 대군에 남부여는 멸망하고, 의자왕과 은고, 50여명의 신하, 1만2000여명의 백성이 낙양성에 포로로 끌려간다. 소설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현재 중국 허난성 뤄양(낙양)에 있는 용문석굴 비로자나불은 측천무후의 얼굴을 모델로 만들어졌다. 이 불상은 의자왕과 함께 포로로 끌려간 500여명의 백제 석공들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한다. 은고는 측천무후와 담판을 통해 당조정과 교류하면서 백제의 부흥과 대부여의 부활을 모색한다. 수많은 백제인은 당나라에서 백제의 부흥을 꿈꾸면서 미륵사를 세운다.

저자는 은고를 중심으로 기술하면서, 낙양성으로 압송된 그해 겨울 병들어 죽었다고 전하는(삼국사기 백제본기) 의자왕의 죽음도 추적한다. 백제 멸망 이후 660년에서 백촌강 전투가 벌어진 663년까지 동아시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상상력을 동원해 묘사한다.

소설의 뼈대는 백제부흥운동에 얽힌 백제인들의 삶이다. 은고가 이끈 백제 무사집단 거믄새의 활약을 토대로,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중원의 꿈’을 회복하려 했던 백제인의 염원과 비전이 담겨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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