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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기업 총수 ‘평양 정상회담 동행’ 압박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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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13 23:28:15 수정 : 2018-09-13 23: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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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앞으로 다가온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할 경제인 방북단 구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2000년과 2007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전례에 비추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과 대기업 총수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0일 남북정상회담에 초청할 정계 인사를 발표한 뒤 “경제인들도 꼭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곧이어 청와대가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총수의 동행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정부가 동행을 요청하면 해당 기업은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기업으로선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가 이행되는 상황에서 북측과의 접촉이 문제가 돼 기업 활동에 지장을 받는 리스크를 떠안을 수도 있다. 과거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와 달리 대기업 총수들이 이번 방북단에 끼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다. 더구나 북에서 대기업 총수들의 동행을 원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마당이다. 사실이라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투자 위험이 높은 남북 경협에 마지못해 참여했다가 훗날 남북관계가 다시 얼어붙으면 고스란히 기업 피해로 돌아올 것임은 불문가지다.

정부는 그간 대기업을 경제 양극화의 주범으로 보고 법인세 인상이나 공정거래법 강화 등으로 기업 활동을 옥죄어왔다. 대기업을 적폐 대상으로 몰아붙이면서 필요할 땐 손을 벌리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대기업이 줄줄이 나서서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것도 청와대의 ‘일자리 상황판’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분석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LG를 시작으로 현대차, SK, 삼성 등 주요 그룹들이 잇달아 대규모 투자·고용계획을 내놓고 있다. 9개 주요 그룹이 발표한 투자·고용계획을 합하면 향후 5년 내 최소 421조원이 투자되고 26만개 일자리가 창출된다. 정부 눈치를 보며 세운 이런 투자계획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보는가.

우리가 믿는 시장경제는 기업 자율을 기반으로 한다. 기업이 정부의 간섭 없이 경영에 몰두해야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대기업 총수의 평양 남북정상회담 동행 결정이야말로 기업 자율에 맡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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