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국내 중견 규모의 J회사는 항암제를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같은 해 국가 연구지원금 4억원을 타냈다. 하지만 이 중 1000만원을 연구와 상관 없는 실험용 쥐 구매에 쓴 것으로 영수증 처리한 게 적발돼 전액 회수 조치됐다.
한 해 약 20조원 규모의 국가 연구개발(R&D)비가 줄줄 새고 있다. 연구비 유용과 횡령, 회식비 등 연구자의 ‘쌈짓돈’쯤으로 여기는 부정사용 행위가 매년 과학기술 분야에서 100건가량 적발되고 있다. 전체 지원사업의 10%만 임의로 추출해 실시하고 있는 연구재단의 연구비 집행내역 정밀조사 대상을 늘리는 한편 국가 연구관리 규정 강화 및 내부고발자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혈세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재단은 매년 2만건의 연구사업(인문사회 포함)을 각 개인·대학·기관·기업에 발주한다. 연구비가 제대로 쓰이고, 쓰였는지를 검증하는 것은 전체 연구사업의 5∼10%에 불과한 정밀정산 대상 사업에만 국한된다. 나머지 90∼95% 국가 지원 연구사업은 기관 내 산학협력단이나 재무팀에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제출하는 ‘일반정산’만으로 검증을 마친다.
연구재단에는 결과보고서에 항목과 액수만 맞춰 제출하면 된다. 모두 제 식구여서 정부 지침에 어긋나더라도 눈감아줄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이다. 노 위원장은 “정밀정산을 통해 드러난 R&D 부정행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모든 과제의 실제 집행내역을 살펴보는 정산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연구재단 관계자는 “재단에서 전부 정밀정산을 하면 좋겠지만 정산담당 인력이 10명인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