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ame src="//www.googletagmanager.com/ns.html?id=GTM-KDPKKS" height="0" width="0" style="display:none;visibility:hidden">

[데스크의눈] 재해 피해 부채질하는 태양광

우후죽순 늘어난 태양광 시설/설치규정 허술해 재해에 취약/일부 시설 폭우 내리면 ‘괴물’로/
2차피해 예방 치밀한 보완책을

관련이슈 : 데스크의 눈
글씨작게 글씨크게
입력 : 2018-09-11 21:56:12      수정 : 2018-09-11 21:56:14
지난봄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 시골 마을에 가던 중 산을 파헤치는 공사현장을 보면서 ‘혹시 요즘 유행하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푸르렀던 산등성이는 붉은 흙을 드러내는 민둥산으로 변하더니 짐작했던 대로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섰다.

산 주인은 수익을 위해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했다고 하지만 그것을 매일 보면서 생활해야 하는 주민들은 흉측하게 변한 주변 환경에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을 것이다. 여기에 비만 오면 산사태가 나지나 않을까 걱정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엊그제 벌초를 하고 들른 식당에서 만난 고향 친구는 이런저런 얘기 끝에 고속도로에서 보이는 그 태양광 발전시설이 이달 초 밤새 내린 140㎜의 비 때문에 피해를 보았다고 했다. 

박연직 사회2부 선임기자
태양광 발전시설이 현재처럼 임야로 번지기 전에는 양계장이나 외양간의 지붕, 버섯 재배사 등 유휴시설 또는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업체들이 증가하고 새로운 유휴공간을 찾지 못하면서 땅값이 싼 임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한 번에 면적이 넓은 임야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경우 개발이익을 크게 남길 수 있다는 점도 산림훼손을 부채질하고 있다. 또 임야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경우 5년이 지나면 지목을 잡종지로 변경할 수 있어 부동산 투기 세력마저 가세하면서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설치규정이 허술해 마구잡이로 나무를 베어내고 산을 깎아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업체 대표는 임야에 설치한 일부 태양광 발전시설은 사상누각에 불과해 자연재해에 취약하다고 했다. 절개지에 바닥 다짐 등을 하지 않거나 침수지, 배수로를 제대로 만들지 않고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한 곳이 많아 큰비가 내릴 경우 산사태의 원인이 될 거라고 했다. 한마디로 종합적 부실 시설물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년간 사용 기간을 보장하되 지목변경이 불가능하게 하고 발전을 하지 않을 경우 원상 복구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토사 유출과 산지경관 훼손을 저감시키기 위해 평균 경사도 허가기준을 25도 이하에서 15도 이하로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문제는 새로운 규정이 만들어지기 전에 많은 시설물이 허가가 났고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면적은 2010년 30㏊, 2014년 175㏊, 2015년 522㏊, 지난해에는 1434㏊로 급증했다.

지난 7월 일본 서부지방을 강타한 장마 영향으로 1000㎜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침수와 산사태로 인해 260여명에 이르는 인명피해와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방재와 안전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일본마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1000㎜라는 강우량은 일본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2002년 강릉을 포함한 강원 영동지역에 극심한 피해를 준 태풍 ‘루사’ 때 이미 1000㎜가 넘는 폭우가 내렸다. 이때 하루 870.5㎜의 폭우가 내려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고 강수량을 기록했다. 태풍 루사로 인한 폭우로 멀쩡하던 산이 뚝뚝 잘려나가면서 민가를 덮쳐 사망·실종자 246명이 발생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폭우가 더 큰 규모로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미국의 한 기상 관련 기관에서 나왔다. 일본과 루사 사례를 볼 때 언제 어느 지역에서 집중호우가 내릴지 예측할 수 없다.

임야의 태양광 발전시설에 폭우가 내린다면 피해는 명약관화하다. 대형화하고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일부 태양광 발전시설은 피해를 가중하는 ‘괴물’로 변할 것이다.

자연을 이용한 친환경 재생에너지인 태양광 발전시설이 자연을 훼손하면서 설치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면 자연훼손이 덜 되면서 안전하게 설치될 수 있도록 촘촘한 행정이 요구된다. 기존 시설물에 대해서도 국민안전을 위해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치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람 목숨이 먼저다.

박연직 사회2부 선임기자
Copyrights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링크 AD
투데이 링크 A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이슈 AD
    이시각 관심 정보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