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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서두를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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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10 00:31:54 수정 : 2018-09-10 00: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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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비핵화 없는 남북경협 추진은/실행 어렵고 지속가능성도 의문/평양 회담 앞둔 졸속 처리 삼가야 문재인정부가 내일 4·27 판문점 선언의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18∼2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판문점 선언에 법적 효력을 부여하고 남북 경제협력을 가속화할 기반을 다지겠다는 뜻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7일 “정부는 비준 동의안을 11일 국무회의 의결 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비준안을 빨리 처리해 국민적 동의 속에 3차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3차 남북정상회담 슬로건을 ‘평화, 새로운 미래’로 확정했다. 국회 비준을 서두르는 것도 새로운 미래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도 확고하다. 문 대통령은 7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과 관련해 “올해 말까지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진도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종전 65주년인 올해 한반도에서 적대관계 종식을 선언하는 종전선언이 이뤄진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도 했다.

문제는 대내외 상황이 그런 목표와 기대에 부합하느냐 여부다. 의문점이 허다하다. 우선 안보 측면부터 그렇다. 북한 비핵화가 지상과제인데도 실질적으로 진전된 것은 없다. 북한은 낙후 시설을 폐쇄하는 전시용 이벤트만 보여줬을 뿐이다. 핵 관련 리스트 제출도 거부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적도 없다. 판문점 선언에는 경협 등의 ‘당근’이 수북이 들어가 있다. 이것은 비핵화 실천 이후 건네야 할 보상이다. 청와대의 비준 요구는 비핵화에 관계없이 보상 보따리를 풀라고 국회를 압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대체 뭘 믿고 보따리부터 풀자는 것인가.

외교 측면에도 암초가 많다. 4월 이후 대화 훈풍이 불면서 북·중·러 3국의 전통적 관계가 대폭 강화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어제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아서도 정상급 축전과 사절이 바쁘게 오갔다. 군사강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궁극적으로 어느 편인지는 불문가지인 것이다. 이 지정학적 구조에 대응하려면 한·미동맹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작금의 한·미 관계는 어떤가. 미국이 속도조절을 거듭 요구하는 현실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판문점 선언 이행에 천문학적 재정 부담이 뒤따르는 만큼 국회 비준은 신중해야 한다는 측면도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은 어제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비핵화 약속 이행도 없이 국민에게 엄청난 재정 부담만 지우는 정부의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등의 밀어붙이기를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진정한 평화’와 ‘국민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란 시각에서 철저히 따져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정파적 입장차를 넘어 어제 발언에는 새겨들을 대목이 많다.

국민적 동의와 합의 과정이 없는 남북 경협은 어차피 실행이 어렵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외국 속담이 있다. 남북관계는 혼자 빨리 가서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 함께 멀리 가려면 국회의 심도 있는 심의는 불가피하다. 평양 회담 일정에 맞춰 졸속 처리할 사안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국회 비준은 서두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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