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박수찬의 軍] 인기는 세계최강…'탑건' 전투기 F-14

관련이슈 박수찬의 軍 , 디지털기획

입력 : 2018-09-09 06:00:00 수정 : 2018-09-09 09:16:2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미국 해군 F-14 전투기가 2005년 10월 페르시아만을 지나 이라크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미국 해군 제공
조종사, 항공 점퍼, 오토바이…. 1986년 첫 상영 당시 남성에게는 하늘에 대한 동경을, 여성에게는 꽃미남의 매력을 심어줬던 영화 탑건(Top Gun)이 지난달 29일 국내에서 재개봉했다. 미국 해군 엘리트 조종사들의 우정과 사랑, 위기 등을 박진감 넘치게 묘사한 이 영화는 배우 톰 크루즈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다. 톰 크루즈가 영화에서 사용했던 오토바이, 레이번 선글라스 등도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미국 해군 전투기였던 F-14 ‘톰캣’의 인기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할리우드 영화 역사상 미군의 지원을 가장 많이 받은 작품인 탑건은 실제 핵추진항공모함과 F-14 전투기, 가상적기로 운용됐던 A-4와 F-5 전투기 등을 동원했다. 그 결과 실제 미국 해군 조종사들이 F-14의 공중전 장면과 항공모함에서 F-14가 뜨고 내리는 장면을 연출, 3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계기를 만들었다. 공중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인 아이언 이글이나 국내에서 개봉됐던 리턴 투 베이스 등이 있지만 탑건과 F-14의 아성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성능도 최고, 인기도 최고

전투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F-14 전투기는 1972년 미국 해군에 처음 배치됐다.
영화 탑건에 출연한 톰 크루즈는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했다. 위키피디아

그루먼(現 노스롭 그루먼)사가 1990년대까지 550여대를 생산해 미국 해군에 납품한 F-14는 당시 미국의 첨단 기술이 집약된 전투기였다. 최대 300㎞ 범위 내에 있는 20개 이상의 표적을 탐지할 수 있는 AN/AWG-9 레이더, 사거리가 150㎞를 넘는 AIM-54 공대공미사일로 항공모함에 접근하는 적 폭격기를 먼 거리에서 요격할 수 있었다. 최고 속도가 마하 2.3에 달했고 기동력도 뛰어났다. 유사시 핵항모에 접근, 공격을 감행할 러시아 폭격기를 가능한 멀리서 제압하는데 최적화된 전투기였다.

F-14의 전투력을 한층 높인 무기는 AIM-54 피닉스 공대공미사일이다. F-14에 최대 6발이 탑재되는 피닉스 미사일은 장거리 공격능력을 갖춰 F-14가 적 항공기와의 공중전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초기에는 항공기 요격능력만 갖췄으나 성능개량을 거쳐 순항미사일도 격추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

F-14는 세련된 설계에 바탕을 둔 외관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가장 큰 특징은 필요에 따라 날개의 각도를 조정할 수 있는 가변익이다. F-14는 이륙 시에는 날개각을 20도로 유지하고, 비행이나 착륙과정에서는 68도로 날개를 조정했다. 항모 갑판이나 격납고에 수납할 때는 최대 75도까지 날개를 접었다. 저속과 고속에서 비행 상태를 최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가변익 날개구조는 F-14를 역대 최강의 항모 탑재 전투기로 만들었다. 
F-14 전투기가 피닉스 공대공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미국 해군 제공

탑건 외에도 F-14는 수많은 애니메이션과 게임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세련된 외형 덕분에 미래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덕분이다. 현대전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인 에어리어 88과 미래를 다룬 SF 애니메이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등이 유명하다.

인기와 성능에 비해 F-14는 운용기간이 30여년에 불과할 정도로 짧다. 다른 항공기와 비교하면 일찍 일선에서 사라진 셈이다. F-15나 F-16처럼 해외 판매가 되지 않은 기체였기 때문에 후속 군수지원 비용이 지나치게 비쌌다. 날개가 움직이는 가변익 구조와 이를 지원하는 유압체계 관리가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냉전 종식 이후 급속한 국방예산 삭감 기조 속에서 요격임무에만 최적화된 F-14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미국 해군에게도 쉽지 않은 문제였다.

반면 F/A-18 전투기는 공중전 능력은 F-14보다 다소 뒤지지만 다양한 임무에 투입이 가능했다. 결국 미국 해군은 F-14를 2006년 퇴역시키고 F/A-18을 중심으로 한 항공전력을 구축했다. 하지만 F-14는 퇴역하는 순간까지도 대중들에게 최강의 전투기라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측면에서 다른 전투기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전례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해군 항공대 무장사들이 F-14 전투기에 피닉스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미국 해군 제공

◆미국이 개발했지만 이란이 더 잘 쓴 전투기

F-14는 미국 외에 이란 공군이 운용중이다. 핵합의 이행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빚는 현재의 미국-이란 관계를 고려하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1970년대 이슬람 혁명 이전 팔레비 국왕이 통치하던 이란은 중동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었다. 당시 러시아가 이라크에 첨단 무기를 공급하고, 러시아 공군 MIG-25 전투기가 이란 영공을 지속적으로 침범하자 이란은 F-14와 AIM-54 공대공미사일 판매를 요청했다. 미국은 이에 응해 1976년 F-14 80대를 이란에 공급하기로 했으나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79대만 인도됐다. 
이란 공군 소속 F-14 전투기가 활주로에 접근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이슬람 혁명으로 이란이 적국으로 돌변하자 미국은 부품 공급 중단, F-14 부품의 이란 판매를 금지하는 특별법 제정 등 온갖 방법을 동원, 이란의 F-14 운용을 방해했다. 2006년 F-14를 퇴역시키면서 이란에 부품이 밀반입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대부분의 기체를 폐기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란은 부품 자체 개발 또는 밀수, 러시아의 기술 지원 등에 힘입어 40여대를 여전히 운용하고 있다. 이란은 2013년 피닉스 미사일을 복제한 것으로 추정되는 파쿠르 미사일을 공개했다. 당시 현지 언론들은 파쿠르 미사일 사거리는 220㎞로 피닉스 미사일보다 약 15% 길고 무게도 가볍다고 보도했다. 2003년 9월에는 이란 정부의 의뢰를 받은 이란인 무기중개상이 F-14 부품을 몰래 구입하려다 미국 국토안보부에 적발됐다.

이란은 F-14를 실전에 투입한 경험도 미국보다 더 많이 갖고 있다. 미국 F-14는 1981년과 1989년 리비아 시드라만에서 리비아 공군 전투기 4대를 격추했다. 반면 이란 F-14는 1980~1988년 이라크와의 전쟁에서 이라크 공군 전투기 100여대를 격추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혁명 이전에 미국에서 F-14 조종 및 정비술을 배운 공군 조종사와 정비사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이란은 F-14를 자체적으로 정비 및 개량하면서 축적한 기술을 토대로 자국 항공산업 육성에 필요한 인력과 인프라를 확보하기도 했다.

F-14를 이란에 판매한 직후 벌어진 일련의 상황은 미국의 무기수출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첨단기술이 포함된 무기의 판매 과정에서 정치적 환경 변화 가능성에 예민해진 것이다. 최근 터키가 중국, 러시아에서 무기를 구매하려 하자 F-35A 인도를 중지시킨 것도 터키가 미국에 등을 돌릴 경우 F-35A에 적용된 첨단 기술이 중국, 러시아에 흘러들어갈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란 관계가 악화되면서 양국간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국은 자국이 생산한 무기인 F-14를 상대로 전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이란 공군 전투기는 F-14를 제외하면 노후한 기종이 적지 않아 미국 공군 및 해군 항공대와 정면으로 맞설 능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미국은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22를 투입, 강력한 스텔스 성능을 바탕으로 이란 공군 F-14를 격추시켜 제공권을 장악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