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신축 공사현장에서 지반이 침하하면서 콘크리트 옹벽(축대)이 무너져 인근에 있던 상도유치원 건물 일부가 허물어지고 기울어 있다. 하상윤 기자 |
이번 상도동 옹벽붕괴 사건은 지난달 31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공사장 흙막이가 무너지면서 일어난 대형 지반침하 사건과 유사하다. 두 사고 모두 터파기 공사장에서 발생했다. 최근 내린 많은 비로 인해 지반이 약해진 것도 원인 중 하나가 될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예고된 인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상징후가 발견되어도 ‘설마 무슨 일이 일어나기야 하겠어’라는 식의 안전불감증이 두 사건을 키운 결정적인 이유라는 얘기다.
가산동 사건도 사고 발생 열흘 전인 지난달 20일 사건이 발생한 도로 인근의 아파트 주차장 옆 화단에 균열이 발생했다. 주민들은 이틀 뒤인 22일 위험요소가 파악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청하는 민원서를 구청에 보냈지만, 9일 뒤 사고가 날 때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이번 상도동 사건도 비슷하다. 이미 이상징후가 보였고 전문가들이 붕괴가능성까지 지적했음에도 적절한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약 5개월 전 상도유치원의 의뢰를 받아 3월30일에 현장점검을 진행한 뒤 붕괴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라면서 “현장을 나가 지질을 보니 편마암 단층이 한쪽으로 쏠려 위험해 보였다. 보강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붕괴할 우려가 있다는 리포트를 유치원에 써줬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상도유치원이 5월 구조 안전진단 용약 계약을 체결한 뒤 6, 7월에 실시한 1, 2차 계측에선 별다른 이상징후가 없었지만, 지난달 22일 실시한 3차 계측에선 이상징후가 발견됐다. 이 교수는 “붕괴가 예견됐음에도 적절한 조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우리 사회가 4년 전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정부 부처도 대책을 내놓았다. 행정안전부는 전국의 취약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요청했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상황실에서 긴급상황 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려 지반침하와 시설물 붕괴의 위험이 상존해 있다”며 “지자체에서는 공사장, 축대, 옹벽 등 취약시설에 대해 특별점검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행안부는 사고 현장 조사를 위해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재난원인조사팀을 파견했다.
국토교통부는 공사장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안전조치를 위해 긴급히 필요한 공사를 제외하고는 전면 공사중지를 명령했다. 사고현장에는 한국시설안전공단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전문가가 파견돼 사고조사·수습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소속·산하 발주기관 및 광역지방자치단체에 유사 공사현장에 대한 주변 안전관리실태 긴급점검을 지시·요청했다.
남정훈·나기천·이정우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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