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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고 다시 서고… 애달퍼 더 아름다운 하얀도시 [박윤정의 원더풀 발칸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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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06 14:00:00 수정 : 2018-09-05 20: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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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
발칸의 관문인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공항에 도착하면서 작은 문제가 발생했다. 몸은 무사히 도착했는데 짐이 도착하지 못했다. 연결 편에서 비행기에 옮겨 싣지 못한 것이다. 난감한 상황에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않아 짐의 행방을 찾는 데 시간이 한참 소요됐다. 다행히 짐 행방을 확인하고 다음 날 같은 시간의 비행기로 받기로 했다. 짐 태그는 짐을 찾기 전까지 꼭 별도 보관하고 있어야 함을 다시 한 번 상기했다. 항공사 관계자로부터 여러 차례 확답을 듣고서야 공항을 나섰다. 낯선 땅에서의 여행에 액땜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예약해 둔 렌터카를 찾아 밤늦은 시간에 베오그라드에 들어설 수 있었다.

장시간 비행과 작은 소란으로 피곤함이 더해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는데 시차 탓인지 창밖이 아직 캄캄한 새벽에 눈을 떴다. 아침이 어슴푸레 밝아올 때까지 침대 위를 뒤척이다가 이른 아침 식당으로 향한다. 가방이 없어 한국에서 출발한 옷차림 그대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시내 산책을 나섰다. 도시는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 속에서도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다.

‘하얀 도시’라는 뜻을 지닌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칼레메그단 중앙에는 군사박물관이 있다. 오랜 역사 동안 군사적 요충지였던 만큼 고대시대부터 오늘날까지의 다양한 병기가 전시돼 있다.
‘하얀 도시’라는 뜻을 가진 베오그라드는 세르비아 수도로 약 170만명이 살고 있다. 기원전 4세기에 처음 만들어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며 석회암지대에 위치해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예전부터 동유럽과 서유럽의 도로들이 만나는 육로의 요충지였으며, 사바강과 다뉴브강이 합류하는 교통 요지다. 여러 세력이 충돌하는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다 보니 여러 차례 전쟁을 겪으면서 오늘날까지도 파괴와 재건을 반복해 온 도시다. 현재도 발칸 반도 중앙 판노니아 평원에 자리 잡고 있는 베오그라드는 발칸으로 가는 관문이자 중부 유럽으로 연결되는 관문의 역할을 하고 있다. 

베오그라드 역사는 발칸 역사만큼이나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오스만튀르크 지배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지배를 거치면서 두 세력의 격전지였던 베오그라드는 1918년 슬라브족이 세운 세르비아-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왕국의 수도가 되었다. 1929년 ‘남슬라브국가’를 의미하는 유고슬라비아로 나라 이름이 바뀌었고 2차 대전을 거친 후에는 티토를 수반으로 하는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의 수도가 되었다. 그 후 2006년 몬테네그로가 분리되고 2008년 코소보가 분리 독립하면서 베오그라드는 세르비아 공화국의 수도가 되었다.

베오그라드 요새는 2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기원전 도시가 처음 만들어진 지역이다. 성벽에 오르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서방과 동방 사이의 교차점 역할을 해온 베오그라드의 역사적 중심지는 현재 칼레메그단(터키어 유래의 싸움터 요새)으로 불리는 지역으로 사바강과 도나우강의 합류지점인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 위치한 베오그라드 요새는 2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기원전 도시가 처음 만들어진 지역이기도 하다.

울퉁불퉁 돌길을 따라 걷다 보면 모퉁이를 돌 때마다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숨겨진 매력들을 하나 둘 찾아 볼 수 있다.
다행히 호텔에서 멀지 않아 도시 구경 겸 걸어서 찾아가기로 했다. 오래된 도시답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베오그라드는 오랜 건물들 사이로 작은 기념품 가게와 카페들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인다. 울퉁불퉁 돌길을 따라 걷다 보면 모퉁이를 돌 때마다 도시의 숨겨진 매력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좁은 자갈길과 특이한 건축물을 지나치며 역사적 유적지이지만 현대의 생활 속에도 자리 잡은 모습이 오히려 인상적이다.

오래된 고딕풍 건물들과 공원들을 지나 칼레메그단 공원 가장 위에 있는 요새에 올랐다. 유적지라고 해서 도심과 분리된 느낌보다는 그저 동네 공원 같은 편안함이다. 성벽에 오르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탁 트인 시야가 중심지까지 너머 도시 전체로 이어져 있다. 강과 숲이 어우러진 도시는 초록나무들과 빌딩, 나지막한 집들이 조화롭게 펼쳐지면서 넓게 펼쳐진 전원마을을 보는 듯하다. 공원의 중앙에는 군사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오랜 역사 동안 군사적 요충지였던 만큼 고대시대부터 오늘날까지의 다양한 병기가 전시되어 있고, 세르비아와 베오그라드의 역사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베오그라드 시내 풍경.
산책길 따라 다시 도심으로 돌아오는데 순찰하는 경찰의 손에 낯익은 수첩이 들려 있다. 수첩 표면에 한글이 쓰여 있다. 조심스레 말을 걸어 물었더니 공원 내에서 주웠단다. 흘린 지도 몰랐던 것이다. 잃어버린 수첩을 찾아준 경찰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공항에서 큰 짐은 잃어버리고 시내에서 작은 수첩은 기적적으로 찾게 되었으니 베오그라드에서의 추억이 하나 더 늘었다. 앞으로 발칸 여행에 좋은 징조가 될 것이라 기대하며 점심을 시내에서 즐기고 베오그라드를 떠나면서 공항에 들르기로 했다.

베오그라드 시내의 가장 번화한 거리.
수첩을 찾아준 경찰들. 감사함을 전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다뉴브 강가의 언덕 아래에는 라이브 음악을 제공하는 카페와 클럽뿐만 아니라 화랑과 함께 예술가들을 위한 산책과 만남의 장소로 유명한 거리가 있다. 햇살과 더불어 한낮의 오후를 보내며 길거리 공연을 즐겼다. 햇살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그들의 웃음소리에 첫날의 불편함을 지우고 또 다른 추억을 쌓아간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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