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틀어진 '시진핑 카드'…北 9·9절 '가장 성대한 잔치' 빛 바래[NK 리포트]

입력 : 2018-09-04 22:06:46 수정 : 2018-09-05 10:09:5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김정은체제 자신감 과시”… 대대적 준비/ 金, 지방 현장 돌며 생산성 극대화 독려/ 집단체조 공연 ‘빛나는 조국’ 첫선 예고도/ 폼페이오 방북 취소, 축제 분위기에 찬물/ 리잔수, 김정은 정권 이래 최고위급 방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취소하면서 오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일(정권수립일) 70주년을 앞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잔치 준비에 찬물을 끼얹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배후론’에 부담을 느꼈는 지 북한이 목을 맸던 9·9절 전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도 결국 4일 불발됐다.

정권수립 70주년을 성대히 치러 대내외에 자신감을 과시하려던 김 위원장의 계획은 김이 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7월4일 오전 평양 김일성광에서 주민들과 학생들이 흰색 모자를 쓰고 한자리에 모여 있다. 당시 통일농구경기대회 취재차 방북한 공동취재단 카메라에 포착된 장면이다. 평양 주민들은 7월부터 무더위 내내 북한의 정권수립일(9월9일) 70주년에 선보일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준비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 역대 가장 성대한 9·9절 준비 중

1948년 9월 2∼10일 평양에서 572명이 참석한 가운데 최고인민회의 제1차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인민공화국 헌법이 정식으로 채택됐고 9월 9일 김일성을 수상으로 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를 출범시켰다. 9월 9일이 북한의 정권수립일, 이른바 9·9절로 지정된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올해는 정권수립 70주년으로 그 의미가 어느 때보다 크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정권수립일을 민족의 대경사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가를 세계가 공인하는 전략국가의 지위에 당당히 올려세운 위대한 인민이 자기 국가의 창건 70돌을 성대히 기념하게 되는 것은 참으로 뜻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신년사에서 핵보유국을 대체하는 전략국가라는 표현을 써가며 9·9절 70주년을 성대히 기념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공식화한 것이다. 
북한 열병식 훈련장으로 알려진 평양 미림비행장 북쪽 광장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 사진은 1일 촬영됐다. 사진에는 광장 중앙 부분에 병력들이 도열해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플래닛 랩스 제공

이러한 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이후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내부적으로는 생산단위 현장의 생산성 극대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노동신문을 비롯한 공식매체는 9·9절이 다가올수록 “자력자강의 승전포성 높이 울리며 9월의 경축광장에 떳떳이 들어서자”는 글(8월 27일 자)을 신문 1면에 게재하는 등 각 기업소를 비롯한 생산현장을 독려하는 글을 하루가 멀다고 쏟아내고 있다. 각 지방의 공사현장을 찾는 김 위원장의 발걸음도 빨라졌고 중앙당 간부와 지역의 책임일꾼들의 못마땅한 태도를 질책하는 언사도 거칠어졌다.

북한을 방문하는 해외 여행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집단체조(매스게임) 공연 ‘빛나는 조국’도 9·9절에 첫선을 보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기존의 ‘아리랑’보다 규모가 더 큰 것으로, 집단체조 재개는 5년 만의 일이다. 수도 평양에서는 7월부터 청년, 학생들이 집단체조 연습에 동원돼 삼복 더위 내내 구슬땀을 흘렸다. 집단체조 관람 티켓 가격은 최저 80유로(약 10만3000원)로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고려여행사는 집단체조 관람 여행상품 두 개는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됐다고 공지했다.

◆북 매체, 리잔수 방북 즉각 보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정권수립 70주년을 맞아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이 시 주석 특별대표 자격으로 8일 방북할 예정이라고 4일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8시쯤 송고한 기사에서 “률전서(리잔수) 동지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습근평 동지의 특별대표로 8일부터 중화인민공화국 당 및 정부대표단을 인솔하고 조선을 방문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창건 70돌 경축행사에 참가하게 된다”고 밝혔다. 조선중앙TV도 중국 공산당 및 정부 대표단이 방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중국 권력 서열 3위인 리 상무위원장은 김정은 정권들어 방북한 중국의 고위 인사 중 최고위급이다.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

북한이 축제 분위기를 띄우고 대내외에 김정은 체제의 지도력과 국력을 과시하는 데 외국 손님 초청은 필수적이다. 가장 주목되는 점은 시 주석이 9·9절을 전후해 방북할지 여부였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지지부진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공개적으로 중국 책임론을 다시 제기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중 무역분쟁 와중에 시 주석의 평양 방문이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이미 3차례나 중국을 방문했고 시 주석의 평양 방문을 요청한 점을 고려하면 시 주석의 답방이 이뤄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지난 6월 3차 방중 당시 김 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북·중은 “한집안 식구”이며 “한 참모부”라고까지 하면서 급속도·고강도 북·중 관계 밀착을 공개적으로 예고했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중국의 선택은 시 주석이 아닌 ‘리잔수 카드’였다.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 고위 탈북민은 “시 주석의 방북을 기대했던 북한으로서는 실망스러운 결과일 것”이라며 “중국이 그래도 시 주석의 방북 대신 당 권력서열 3위인 리 상무위원장을 보냄으로써 북한에 성의표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은 “중국이 미국 눈치를 보며 계속 고민했을 것”이라며 “만일 시 주석이 방북했다면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고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겼을 것”이라고 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